상주시가 기업과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가 엊그제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당진시는 북당진 전력변환소의 건축 허가를 1년 이상 뭉개며 사실상 거부해오다 한전으로부터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두 지방자치단체가 약속 위반과 허가권 남용으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지자체의 부당한 ‘갑질’이 문제였다.
상주시의 무책임 행정은 시장이 바뀌자 ‘나 몰라 정책’이 된 전형적인 사례다. 2013년 9월 상주시는 경상북도와 더불어 한국타이어와 투자협약을 맺었다. 2020년까지 2535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자동차 주행시험장과 연구기지를 짓는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당선된 이정백 시장은 이를 위한 행정절차를 중단시켜버렸다. 소음 발생 등 주민 민원이 생긴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타이어는 경상북도와 상주시에 공사를 진행하게 해달라는 공문을 열 차례나 보냈으나 이행되지 않자 결국 법원을 찾아가 13억원을 배상받게 됐다. 시장·군수가 바뀐다고 기존 약속이 뒤엎어지고 계약이 파기된다면 어느 기업이 장기 투자계획을 세우겠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개발안’을 뒤엎은 과정에서 행정력이 낭비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진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8년 준공 예정인 북당진변환소는 평택 고덕산업단지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등에 전력공급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다. 1단계 투자비만 15조원에 15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큰 사업이 지자체의 행정권 남용으로 발목잡혀버렸다. 시는 당초 주민과 협의가 부족했다며 건축허가를 반려했으나 한전이 이 문제를 해결하자 다른 이유를 내걸었다. 이번엔 당진 시내 송전선로의 지하매립을 요구하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지자체의 행정권은 군림하라고 위임해준 게 아니다. 국책산업의 뒷다리를 잡고, 기업을 봉처럼 여기며, 시장 제멋대로 하라고 준 권한은 더욱 아니다. 지자체의 각종 승인·인가·허가 업무는 행정 서비스일 뿐이다. 기업 유치를 위해 뛰어도 모자라는 판에 행정권한 남용이요 갑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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