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달러대로 떨어진 국제유가…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
셰일오일 증산·중국 경제 둔화·달러 강세에 하방 압력
셰일유정 줄어도 OPEC 경쟁으로 유가 상승엔 한계
"OPEC 회원국 간 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달러대 저유가 지속될까
올해 국제 석유시장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은 시기에 본격 등장한 미국의 셰일오일(타이트오일)로 인해 유가가 떨어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공급 과잉과 저유가 상황에서 감산하던 종래의 행태와는 달리 증산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다. 이처럼 국제 석유시장에서 새로운 실험이 진행되는 가운데 유가는 계속 하락했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올 1월 배럴당 42달러까지 하락한 뒤 반등해 5월에 6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해 현재는 3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인 것은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과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등 유가 하락 요인이 상승 요인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석유 수요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와 함께 유럽의 동절기 한파 및 저유가에 힘입어 예년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저유가 속에서도 미국의 셰일오일을 비롯한 비(非)OPEC 산유국의 생산 증가세가 당초 예상만큼 둔화하지 않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산유국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통계에 의하면 올 3분기까지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9420만배럴, 석유 공급은 하루 9600만배럴로 공급이 수요를 하루 180만배럴 초과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저유가 상황에서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셰일오일 운영자들이 더 경제적인 유전지대로 자원을 이전했고, 각 유정에서도 비용을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생산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가 하락으로 임금과 장비 사용료, 수압 파쇄에 사용하는 모래와 여타 원료의 비용 등 셰일오일 생산과 관련한 제반 비용도 감소했다.
하루 180만배럴 공급 초과
한편 사우디가 공급 과잉과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OPEC의 생산 증가를 주도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합의해도 이를 준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OPEC 국가 중에는 내전이나 서방국의 제재, 사회 안정에 필요한 복지비 지출 등으로 막대한 규모의 재정 지출이 요구되는 상황이어서 원유 판매량을 줄이기 곤란한 국가가 많다. 또 OPEC이 감산해 유가를 받친다 하더라도 미국의 셰일오일을 비롯한 비OPEC 산유국의 고비용 유전에서 생산이 증가해 시장점유율을 빼앗길 ?있다.
최근 OPEC은 종래의 생산목표인 하루 3000만배럴을 170만배럴이나 초과해 생산하고 있다. 급기야 OPEC은 지난 12월4일 정기총회에서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생산목표조차 설정하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이런 OPEC의 증산은 공급 과잉을 심화시켰고 세계 원유 재고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하면서 석유 수요의 회복과 비OPEC 생산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하락했다.
이 외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 달러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원유 선물시장에 들어온 투기성 자금이 안전자산을 찾아 떠난 것도 유가 하락 요인이 됐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지표가 악화하고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에 이란 핵협상이 최종 타결되자 이란의 원유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유가 하락 압력을 더했다.
내년에도 유가는 세계 경제 상황은 물론 석유 수요와 공급, 달러화 가치, 지정학적 사건, 기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받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의 유가 결정에는 미국 등 비OPEC 산유국의 생산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로 생산비용이 높은 원유로 분류되는 미국의 셰일오일과 같은 비OPEC 원유가 어느 정도의 속도와 규모로 감소해 석유시장의 수급 균형을 회복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는 것이다.
그런데 국제 유가가 30달러대에 머물러 있음을 감안한다면, 내년에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은 올해보다는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석유 컨설팅사인 리스타드에너지가 추정한 미국의 주요 셰일오일 유전지대별 평균 손익분기점은 이글포드와 바켄은 배럴당 51달러, 퍼미안은 배럴당 61~68달러였다. 또 원유 생산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석유시추기 가동대수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무려 65%나 감소했다. 내년에는 상당수 셰일오일 업체가 도태할 것이고 셰일오일 생산 규모도 축소될 것이다.
低유가에 다수 셰일업체 도태
이렇게 2016년에는 비OPEC 공급이 감소하고 석유 수요도 예년 수준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OPEC 회원국 간의 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란에 대한 서방국가의 제재와 리비아 내전에서 비롯된 생산 차질 물량은 주로 사우디와 여타 걸프 산유국의 증산으로 메워졌다. 이란의 생산 차질은 하루 100만배럴 정도이고 리비아의 생산 차질은 내전 상황에 따라 하루 60만~120만배럴에서 등락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협상 이행에 대한 사찰을 예정대로 끝내고 제재를 해제하면 내년 초반부터 이란의 생산과 수출이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제재가 해제되면 곧바로 이란의 공급량을 하루 50만배럴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전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리비아에서도 폐쇄됐던 유전의 생산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조만간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 이라크의 원유 생산은 생산설비능력 확장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장점유율 방어 정책을 주도한 사우디와 걸프 산유국들이 이들의 생산 증가분을 흡수하기 위해 감산을 실시할 것 같지는 않다.
30달러대는 오래 유지될 수 없어
결국 내년에도 국제 유가 결정은 시장의 힘에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과 유가 폭락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감소한다는 것은 유가 상승을 견인할 요인이다. 또 한계 원유의 생산비를 고려하면 현재의 배럴당 30달러대 가격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유가는 석유시장의 수급 균형이 점차 회복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OPEC 산유국들 사이의 시장점유율 경쟁으로 유가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달석 <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