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 변호사의 실전! 경매 (11)
지분경매·유치권·대항력 등
복잡한 법적 문제 하나씩 해결
1억5천만원에 전세…수익 '짭짤'
지금으로부터 3년여 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다가구주택의 한 호수가 경매에 나왔다. 다가구주택은 호실이 여러 개로 나뉘어 사용된다 해도 전체를 하나로 취급하는 까닭에 건물 전체가 경매에 나올지언정 한 호실만 따로 경매가 진행될 수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내막은 이 전체 다가구 건물을 여러 명이 공유지분으로 소유하고 있다가 그 일부 지분만 경매에 나온 것이었다.
이런 경우 공유자 간에 내부적으로 특정 부분을 나눠 소유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면 이 물건은 판례상 단독 소유로 취급하는 ‘구분소유적 공유관계’에 해당하고 결과적으로 비록 지분경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더라도 낙찰자는 특정 호수를 낙찰받게 된다. 쉽게 말해 이 건물은 등기부상으로는 층별로 3평 내외씩 나눠 소유하는 형태였지만 실제로는 전용면적 18평 규모의 지하층 101호를 소유하는 것이었고 이런 사정이 물건 명세서에 분명히 공지돼 있었다.
그런데 이 물건의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보통 건물에 대한 경매는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대지를 함께 감정평가해 진행하는데 이 물건은 건물만 감정평가가 돼 있었고 대지지분은 아예 평가에서 제외돼 있었다. 결국 토지소유자가 건물철거를 구한다면 꼼짝없이 철거를 당할 수밖에 없거나 토지소유자로부터 대지지분을 비싼 값에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 물건에는 건축설비업자로부터 리노베이션 대금 명목으로 유치권까지 신고돼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물의 감정가는 7200만원인데, 최저가는 세 차례의 유찰을 거쳐 반값까지 저감돼 있었다. 게다가 누군가가 낙찰을 받았다가 불허가를 한 번 받은 흔적이 있었고 그 후로 진행된 경매절차에서 두 번의 잔금 미납이 더 있었다.
왜 이렇게 미납이 많을까, 유심히 살펴보니 위 호수에 보증금이 5500만원인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었다. 일견 확정일자가 빨라 최선순위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배당요구종기를 훨씬 지나 배당요구를 한 탓에 한 푼도 배당받지 못하는 임차인이었다. 결국 대항력은 있으나 배당을 못 받으니 낙찰자가 5500만원을 전액 떠안아야 하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역삼동 세브란스 병원 인근의 임대수요 풍부한 다가구 주택이다 보니 많은 사람이 욕심을 내긴 하지만 건물만 입찰의 지분경매에, 유치권,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뒤섞여 있는 복잡한 물건이다 보니 이 물건의 제대로 된 해법을 모른다면 쉽사리 접근이 어려운 물건이었다.
이 물건을 필자의 제자가 두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4000만원에 낙찰받았다. 그리고 그동안 필자로부터 배우고 익힌 툴 대로 요령있게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먼저 지분은 앞서 본 대로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를 주장해 101호의 소유권을 그대로 인정받는 것으로 즉각 해결됐고 유치권 문제는 전 낙찰자가 불허가를 받기 위해 허위로 신고한 것이라는 점을 밝혀내어 싱겁게 끝이 났다.
가장 난제로 여겨졌던 대항력 있는 임차인은 실제로는 보증금을 지급한 진정한 임차인이 아니라 저가낙찰을 노린 위장임차인임을 밝혀내어 곧바로 인도명령을 받아냈고 잔금납부 후 두 달여 만에 집행을 끝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약 1억원에 달하는 토지지분을 효율적인 협상을 통해 3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물건의 경우 토지소유자가 철거를 집행할 수 있어 일견 협상의 칼자루는 토지소유자가 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법률상, 사실상 철거가 불가함을 부각시키며 협상에 임한 것이 주효했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던 법적인 문제를 마치 실타래 풀듯 하나씩 정리한 뒤 500만원 정도를 들여 효율적으로 리모델링한 후 곧바로 1억5000만 원에 전세를 놓았다. 이 물건에 투하된 돈은 약 7500만원이다. 낙찰 후 3개월 정도쯤에 1억5000만원에 전세를 놓았으니 도대체 산술적인 수익률이 얼마인가.
게다가 토지 대금 3000만원은 전세를 놓아 지급했으므로 이 물건에 실제 투입된 금원은 4500만원임을 감안하면 참으로 놀라운 성과다.
법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물건들의 해법을 꾸준히 공부해온 A씨의 인내와 노력의 결과다.
정충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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