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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고유의 조직문화 지키려면 직원 모두 공유하는 가치관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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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사업이 궤도 오르면 직원 늘고 업무·생각 자주 충돌
직원 하나로 묶는 조직문화 필요

대한민국 산업지도 많이 달라져…조직관리도 새로운 변화 있어야



한국의 구글이 되겠다는 꿈을 꾸는 정보기술(IT) 스타트업 K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최근 만났다. 그는 조직 문화가 기존과는 다른 기업을 운영하고 싶다는 말을 되뇌었다. 천재들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고, 생계수단이 아닌 자신의 꿈을 펼치는 곳, 서로의 개성과 개인적 역량을 철저히 인정해 주는 조직을 꾸려나가겠다고 힘을 줘 강조했다.

K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제공하는 IT 기업이다. 직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공계 계열의 개발자들이 회사의 자원이자 미래인 기업이다. 직원들 전공이 이공계 계열인 이유로 회사에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숫자와 딱 떨어진 결과물에 더 익숙한 ‘공대생 문화’가 팽배하다. 직원들의 업무도 과업별로 나뉘어 있고, 학교에서부터 팀으로 결과물을 완성해 왔기 때문에 누구 한 명의 성과가 도드라지는 것은 불편하다. 회의 때 해당 이슈에 관심이 없어서 이야기를 안 할 뿐, 눈치를 보거나 타인을 배려해서 돌려 말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다. 일반 조직으로 보면 문제가 될 수 있는 특성이다.

문과 계통의 공부만 한 필자는 공대생 문화가 감이 잘 안 잡혔다. 한 지인이 해준 얘기가 공대생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지인과 부인이 친척 집에 갔다가 나오는 길에 길 가던 사람이 주민인 줄 알고 길을 물었다. 아파트 27동이 어디인가요? 지인은 본인도 초행길이었기 때문에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부인이 옆구리를 툭 치며 지인에게 면박을 줬다는 것이다. 부인은 “우리 아까 저기서 28동 지나왔잖아요. 그럼 27동도 근처에 있겠지요. 저쪽으로 가보세요”라고 설명했다.

지인은 안 봤으니 모른다고 얘기했고, 부인은 보지는 않았지만 맥락을 보고 알려준 것이다. 지인은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 세상에 익숙한 이과 출신, 부인은 전체적인 것을 보고 미루어 짐작하는 문과 출신이었다.

K사의 CEO는 ‘공대생 문화’를 보호하고 싶다고 말했다. 각자 독특한 개성이 조직에 들어오면 똑같아지는 국내 기업과 다르게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길 바란다고 한다. 작은 벤처기업일 때는 고유의 문화가 이어지는데 대기업이 되면서 특성을 잃어 가는 모습을 많이 봐 와서 본인들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얘기한다.

이런 걱정이 K사만의 고민은 아니다. 벤처기업은 창업한 지 10~20년이 지나면 이런 문제에 봉착한 곳이 많다. 벤처기업의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직원이 많아지고, 업무와 생각이 부딪히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문화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는 시점이 온다.

자신만의 조직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이 공유하는 같은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기업의 창업 정신이 무엇인가? 아무도 하지 않는 그 일을 왜 우리가 하는가? 나와 내 동료는 미래를 같이 그리고 있는가? 외부인들과는 다르게 보이지만, 우리끼리 같은 방식으로 보이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분명하면서 구성원이 모두 공감하고 있는 답이 가치관이다. 이를 통해 직원을 하나로 묶어 조직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가치관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개념’이 ‘공대생 문화’에 맞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호한 것을 싫어하는 이과 출신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명료하고 가시적인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지시나 규율보다는 가치관으로 설득하고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팀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에 익숙하므로 우리만의 가치관으로 조직의 힘을 응집하는 것이 좋다.

대한민국의 산업 지도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IT업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 조직관리도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IT기업을 필두로 한 신생 기업에 맞는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K사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이유다.

조미나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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