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0.3%로 인하…디플레 불안감 확산 차단
기준금리는 또 동결…시장선 부양효과 엇갈려
[ 임근호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부양책을 꺼내든 것은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 0.5%에서 2분기 0.4%, 3분기 0.3%로 계속 둔화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올 1월 -0.6%에서 5월 0.3%로 올랐으나 지난달 다시 0.1%로 떨어지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독일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 프랑스 파리 테러 등 예기치 못한 복병에 소비심리와 제조업 체감경기가 얼어붙고 있는 것도 ECB가 추가 부양에 나선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마이너스 금리로 대출 확대
경기 부양을 위해 ECB는 우선 중앙은행 예금금리를 연 -0.3%로 0.1%포인트 인하했다. 시중은행의 민간 대출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이상원 국제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양적 완화에 힘입어 감소세이던 민간 대출이 올 들어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더 많은 대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CB가 금융시장에서 직접 국채 등을 매입하는 양적 완화로 민간에 막대한 자금을 공 僿構?있지만 투자나 대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대부분은 은행 예금으로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물 경제로 유입되지 못한 유로존 은행권의 초과 유동성은 12월 현재 5845억유로로 작년 9월 774억유로에서 대폭 증가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ECB 예금금리가 0.1%포인트 하락하면 유로존 은행의 순이익은 약 6% 줄어든다”며 “계속 돈을 쌓아만 두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고 했다.
ECB는 또 양적 완화 종료 기한을 2017년 3월까지로 연장하고 매입 대상을 국채 이외에 지방채로 확대하기로 했다. 투자가 살아나기 위해선 시중금리가 더 낮아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4~6월 급반등한 이후 저점 대비 0.4%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기 금리가 하락하기 위해선 더 많은 채권 매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양책, 시장 예상보단 약해”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추가 부양책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ECB 예금금리는 예상됐던 0.2%포인트 인하보다 낮은 0.1%포인트 인하에 그쳤고, 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던 자산 매입 규모도 매월 600억유로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실망감에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0.46%에서 0.58%로 오히려 뛰어올랐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양적 완화는 효과를 내고 있다”며 “통화 정책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구조적 개혁과 재정 정책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경기 부양책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경제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정통적 통화정책이 일부 소규모 국가에만 적용돼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금융회사가 6000개에 이르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대형 시중은행들은 괜찮겠지만 소형 은행이나 대부조합들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도 마이너스 금리가 심화되면 금융회사들이 중앙은행에 예금하는 대신 자금을 자체적으로 쌓아 놓게 돼 자금 흐름에 경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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