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구 스포티즌 대표이사 사장 인터뷰
[유정우 기자] 대학 졸업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 제공업을 운영하던 후배의 사업을 돕던 그는 인터넷 환경이 시장의 가치를 변화시키는 것에 충격을 느꼈다. 평소 스포츠 마니아였던 그는 인터넷이 세상의 중심과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바꾸어 놓았 듯 고정화된 비지니스의 틀을 깬다면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스포츠 마케팅이란 용어 조차 생소하던 2000년, 스포츠마케팅 사업에 첫 발을 내딛은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45·사진)의 얘기다.
국내 스포츠마케팅 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 약 2조원 규모다. 전문가들은 국내 스포츠산업 가운데 스포츠마케팅 비즈니스가 성장 가능성에 비해 저평가된 대표적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스포츠산업 본고장인 미국 프로야구(MLB)와 골프(PGA, LPGA)부터 세계 축구산업의 중심인 유럽 축구에 이르기까지 세계 무대를 호령하는 정상급의 선수 자원과 각종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우수한 경기력 등은 ‘코리아 프리미엄’을 누릴 충분한 가능성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스포티즌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스포츠마케팅 시장에 '전문 회사'란 개념을 처음 선보인 곳이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심찬구 대표는 ‘가치 중심적 사고’란 슬로건을 앞세워 스포티즌의 외형을 수백억원대로 키워낸 인물이다. 자발적인 토의 문화를 좋아하는 심 대표는 평소 "회사는 그룹"이라고 강조한다. 사장 혼자 아무리 뛰어봐야 회사내 공동의 가치가 '합일(合一)'되지 않는다면 개인과 회사 모두에게 손해일 뿐이란 생각 때문이다.
스포티즌은 스포츠를 활용한 효과적인 기업 마케팅과 컨설팅 등을 수행, 실력을 인정 받았다. GM과 스와치그룹, ADT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 30여개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엔 벨기에 프로축구리그(2부) AFC투비즈를 인수했다. 중소 기업인 스포티즌이 유럽 축구단을 인수한데는 심 대표가 국내 스포츠 비지니스 시장에 던진 상징적 메세지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심 대표는 "노하우가 축적 된 공격적인 투자가 얼마나 큰 비전을 창조해 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AFC투비즈는 올 시즌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어 내년 시즌 1부리그 진입이 확실시되는 상황. 영국의 구단가치 평가 사이트인 트렌스퍼마켓에 따르면 AFC투비즈의 기업가치는 60억원 수준. 1부리그로 승격한다면 최소 200억~3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스포티즌 측은 "현재 상황만으로도 이미 구단 인수 투자금 대비 수익률 50%이상은 달성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심 대표는 회사 성장의 비결 가운데 하나로 HR(인적자원: human resources)을 꼽았다. 그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그 가치를 느끼고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는 조직 전체의 역량을 배가 시키는 중요한 성장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사에게 스포츠를 소개 하는 일도 마찬가지죠." 시장이 필요로 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존재는 어떤 가치인지, 광고주에겐 어떤 가치를 줘야하는지' 늘 깊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 평소 그가 조직내 격식 없는 토론 문화를 장려하는 까닭이다.
국내 최초로 벤처캐피털(VC) 등과 합작해 스포츠 유망주를 키워낸 뒤 수익을 나누는 인재육성펀드도 준비 중이다. 심 대표는 "지난 10년이 국내 시장에 스포티즌이란 혁신적인 브랜드를 알리고 회사를 안정화하는 시기였다면 향후 10년은 자금 투자를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투자가 이뤄지더라도 근간의 무형자산의 가치를 키우는 비즈니스에 집중하겠다는 것. 유년 시절부터 전문적으로 키워진 '보아'나 'HOT' 같은 K-팝 스타처럼 준비중인 펀드가 스포츠 인재를 재목으로 키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의미있는 '마중물'이자 시장 파이를 키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란 게 심 대표 생각이다.
글로벌 비즈니스도 확대 한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검증 받은 야구와 골프 등 특정 종목에 대한 기업 마케팅 노하우를 기반으로 유럽과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축구와 테니스, 요트 등으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넓혀 갈 방침이다. 심 대표는 "10년 이상 스포츠를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에 집중해 결과가 좋았다"며 "국내에서 다진 성공 모델을 기반으로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세계화에 나설 것"이라며 "앞으로 5년 안에 매출 1000억원대를 달성하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포츠 종합 비즈니스 회사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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