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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백규에서 마윈까지…중국인에겐 '상인 DNA'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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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어떻게 부를 축적하는가

소준섭 지음 / 한길사 / 372쪽 / 1만8000원



[ 송태형 기자 ] 1793년 영국 국왕 조지 3세의 특사 조지 매카트니는 청나라 황제 건륭제에게 망원경, 지구본, 시계 등 당시로서는 진귀한 물건을 잔뜩 내놓으며 무역을 확대하고 공사를 상주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건륭제는 이렇게 답했다. “응유진유(應有盡有).” ‘있어야 할 필요한 것은 모두 갖췄다’는 뜻이다. 당시 청나라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중국 대륙에는 없는 물건이 없었고, 대외교역의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큼 풍요로웠다. ‘모두 갖춰져 있는’ 이 물건들은 교역을 통해 필요한 지역과 사람에게 물 흐르듯 유통됐다.

현대에서 필요한 상품이 물 흐르듯 유통되는 모습은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볼 수 있다. 알리바바 사이트에는 700만명에 이르는 판매자와 8억종 이상의 제품이 등록돼 있다. 소비자는 자기가 필요한 상품을 온라인 쇼핑을 통해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구매할 수 있다.

소준섭 국회도서관 중국담당 조사관은 《중국인은 어떻게 부를 축적하는가》에서 “중국의 상업과 시장은 고대로부터 현재?이르기까지 언제나 이런 모습이었다”며 “중국인은 부자가 되려는 염원과 열망을 품고 자신의 생업과 교역 활동 의지로 충만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알리바바 샤오미 등 최근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약진이 눈부시다. 세계 10대 인터넷 기업 중 5곳이 중국 업체다. 저자는 “중국은 200년 전까지 세계 제1의 상업국가였다”며 “최근 급속하게 증대되고 있는 중국의 부(富)를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구한 역사성을 지닌 주류적 흐름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부를 경제활동을 지향하는 인간의 속성을 꿰뚫어본 사마천부터 비효율적인 이데올로기보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중시한 덩샤오핑과 접목되는 중국 상업주의 전통의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무제의 강력한 중농억상 정책에 맞서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인위적으로 억압하는 것에 반대한 사마천의 경제사상에 주목한다. 사마천은 《사기》의 ‘화식열전’에서 “천하 사람들이 즐겁게 또는 어지럽게 오고 가는 것은 모두 이익 때문”이라며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교역활동을 “도(道)와 자연의 효험”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좋은 정책은 경제성장의 자연 규율을 준수해 상인 활동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며 가장 나쁜 정책은 국가가 자연자원과 상공업 생산을 독점해 백성과 이익을 다투는 것이라고 했다.

‘화식(貨殖)’은 ‘재산을 늘림’ 또는 ‘상공업의 경영’이라는 의미다. 사마천이 지칭하는 화식의 개념에는 각종 수공업과 농어업·목축업·광산·제련 등의 경영을 포함한다. ‘화식열전’에서는 전국시대 재물의 신이라 불린 백규, 명예로운 부자 범려, 공자의 제자 자공 등 화식의 대가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역사가인 사마천이 쓴 ‘화식열전’은 당시 중국인의 심성이었다”며 “그 내용은 세월이 흐르면서 후대 중국인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중국은 ‘신(新)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육상 및 해상 교통망을 연결해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인접 신흥국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통해 중국 주도의 경제협력체를 운용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알리바바의 마윈, 샤오미의 레이쥔 같은 민간인의 창업과 창조를 국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정책을 “중국인의 전통적인 상업정신이 현대적 방식으로 변화한 중국의 상업전략”이라며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거대 규모의 통일 국가를 유지시킨 주요 자양분 중 하나는 바로 중국의 상업주의 전통과 특성”이라고 설명한다. 부를 추구하는 중국인의 전통과 상업주의의 저력을 역사적 맥락에서 거시적 안목으로 개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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