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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또 '합의하기로 합의'한 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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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


[ 백승현 기자 ] “여야는 노동개혁 관련 논의를 즉시 시작해 임시국회에서 합의 후 처리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밤샘 협상 끝에 내놓은 노동개혁 입법을 위한 합의문이다. 9·15 노·사·정 대타협 이후 한 발짝도 못 나아간 노동개혁 입법 작업에 이제야 시동이 걸린 것일까. 정치권이 여론에 떠밀려 논의 시작을 알리긴 했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9·15 대타협 때와 마찬가지로 입법을 합의한 것이 아니라 ‘합의하기로 한 합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 줄짜리 합의 문구를 놓고 여야의 해석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당은 ‘처리’에 무게를 실어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에서는 ‘합의’에 방점을 찍어 “합의 없이 처리는 없다”고 못박고 있다. 야당은 그도 불안했던지 당초 ‘합의 처리’라는 문구를 합의 몇 시간 만에 ‘합의 후 처리’로 변경하자는 제안을 했고 여당은 못 이기는 척 받아들였다. 게다가 임시국회는 12월에 열리는 임시국회인지도 불분명하다.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5대 노동개혁법안은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지난달 24일 마지막으로 논의된 이후 방치돼 왔다. 여야 간사 간의 조율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를 즉시 시작’하기로 합의하고도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참석을 위해 4일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장관만 몸이 달았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찾아 “국회 주변에서 밤낮으로 의원들을 붙잡고 입법 논의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애당초 노동개혁 입법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여당은 겉으로는 노동개혁 연내 입법을 주장하지만 노동 이슈를 내년 총선 때까지 끌고 가 ‘발목 잡는 야당’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고, 야당도 ‘노동개악’ 프레임으로 총선에 임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선거 앞에서는 청년실업난도, 국가의 미래도 안중에 없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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