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블록딜에도'검은 돈'… 대주주 일가로 수사 확대되나
거래소 직원이 뒷돈 받고 '블록딜 작전' 중개
여의도 증권가'비리 백태'
고액 수표 주고 룸살롱 접대… 주가조작 위해 증권맨 등 포섭
고객계좌 100여개까지 동원도…검찰, 19명 구속 포함 27명 기소
[ 오형주/정소람 기자 ] 검찰이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하기 전 카카오 대주주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둘러싸고 검은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해 대주주 일가를 수사하고 있다. 자본시장 감시 역할을 해야 할 한국거래소 직원이 이 블록딜을 중개하고 뒷돈을 챙긴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2013년 보유하고 있던 합병 전 카카오 주식 10만6000주를 기관들에 블록딜로 처분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처남인 형모씨(43·당시 3대 주주)를 지난달 말 소환조사했다. 아직 참고인 신분이지만 검찰은 형씨가 해당 자금을 마련하게 된 경위와 그 과정의 불법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주변 계좌도 추적하고 있다. 당시 형씨는 A증권 등 네 곳에 해당 지분을 팔아 53억원을 현금화했다. 검찰은 형씨와 기관들을 연결해주고 양측에서 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거래소 차장 최모씨(44)를 지난 2일 구속했다.
검찰이 카카오 대주주 합병 전 카카오 블록딜을 둘러싼 ‘검은 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뒷돈이 오간 정황이 밝혀진 데다 주식처분 금액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시 3대주주였던 김범수 의장의 처남 형모씨의 주변 자금 흐름 추적에 집중하고 있으나 다른 대주주들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반기부터 국내 증권업계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3일 불법 블록딜을 중개하거나 상장사 주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27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거래소 직원도 가담
형씨는 카카오 1대주주인 김 의장의 처남으로 현재 2.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3년 3월 3대주주였던 형씨는 거래소 직원인 최모씨(42·체포)로부터 A증권 등 4개 금융회사를 소개받았다. 당시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 전의 비상장 상태였지만 형씨는 이들 4곳에 주당 5만원을 받고 총 10만6000주를 팔아 53억원을 현금화했다. 최씨는 해당 거래를 중개해준 대가로 형씨로부터 5300만원, 기관들로부터 2700만원을 받는 등 총 8000만원을 챙겼다. 검찰은 뒷돈을 챙긴 최씨를 지난달 30일 체포해 조사한 뒤 지난 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외에도 불법 거래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형씨 주변을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상장 전 시점에 뒷돈을 줘가며 50억원이 넘는 거액을 현금화했으나 용처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은 뒷돈이 오간 정황을 감추기 위해 증권사 직원 친척 명의로 허위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뒤 대가를 컨설팅 비용으로 위장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와 관련, 지난달 말 형씨를 우선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으며 필요할 경우 한두 차례 더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룸살롱 접대에 고액 수표까지
한편 검찰은 이날 국내 증권업계 수사를 통해 19명을 구속하는 등 총 27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현직 증권사 직원과 증권방송 전문가 등이 주가조작 세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고객 계좌를 동원해 시세조종에 가담한 사실도 적발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현대페인트의 대표이사 이모씨(43)는 무자본으로 회사를 인수합병(M&A)한 ‘기업사냥꾼’으로, 사채로 조달한 자금으로 전 최대주주 주식 2400만주를 인수한 뒤 시세조종을 통해 주가를 2290원에서 2925원까지 끌어올린 혐의로 구속됐다. 이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1900만주를 처분해 약 218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방송 전문가 예모씨(42)와 교보증권 부지점장 김모씨(44) 등 현직 증권사 직원 5명은 이씨로부터 각각 수천만원대의 금품과 향응 접대를 받고 시세조종에 가담했다. 김씨 등은 주가 조작을 도와주는 대가로 고급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으며 각각 1000만원권 수표를 선물로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씨와 증권사 직원들은 시세조종을 위해 직접 관리하고 있는 고객 계좌 100여개를 동원했다.
검찰은 또 코스닥 상장사인 인포바인 대주주에게 의뢰를 받고 130억원 상당의 블록딜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6억원대 금품을 챙긴 혐의로 KB투자증권 박모 이사(47)와 KDB대우증권 법인영업부 김모 팀장(43)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김형준 단장은 “금융시장의 근간인 기관투자가 임직원들과 거래소 직원이 검은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신뢰를 저버리고 검은돈의 유혹에 넘어간 기관투자가들의 비리는 엄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정소람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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