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밀레니엄포럼 회원 55명의 경제부총리론
임기후반 안정적 경제 관리할 관료가 적합
4대 구조개혁·신성장동력 확보 '최대 과제'
[ 안재석 기자 ] 기획재정부는 행정부 내 수석(首席) 경제 부처다.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장기 정책과제를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경제 문제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노동 교육 등 사회 분야도 기재부를 빼놓곤 얘기가 되지 않는다. 경제부총리는 이런 기재부의 수장을 겸한다. 부처뿐만 아니다. 청와대와 국회와도 ‘밀당’을 해야 한다. 소통하고, 때로는 장악하는 능력이 필수인 이유다.
한국경제신문이 3일 경제전문가 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도 ‘차기 경제부총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로 리더십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부처 이기주의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막혀 뭐 하나 속시원히 해결되는 것이 없는 한국 경제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부처 장악력이 최우선”
‘경제부총리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절반(50.9%)이 ‘리더십’이라고 대답했다. 경제 부처 수장으로서 관련 부처를 장악하는 능력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는 ‘개혁의지’(21.8%)를 꼽은 의견이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이른바 4대 구조개혁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며 “신임 부총리는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한 가지 개혁만이라도 확실히 정리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응답자의 20.0%는 ‘전문성’을 꼽았다. 복잡다단해지는 국내외 경제 현상을 정확히 해석하고 여기에 맞는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부총리의 필수 덕목이란 진단이다.
‘차기 부총리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4대 부문 구조개혁’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전체의 58.3%를 차지했다.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대답은 31.3%로 2위에 올랐다. 조선 유화 철강 등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주력산업이 줄줄이 침체에 빠지면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관료와 정치인 중 차기 부총리로 어느 쪽이 적합하냐’는 질문에는 ‘임기 후반기인 만큼 안정적으로 경제를 관리할 관료 출신이 더 적합하다’(59.2%)는 의견이 정치인 출신을 선호한 응답(36.7%)보다 많았다.
◆장단점 갈리는 후보별 자질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리더십 △전문성 △개혁성 △국제감각 △국회와의 소통 △대통령과의 소통 등 6개 부문별로 차기 부 祺?후보들의 자질도 평가했다. 리더십에서는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재무부 출신인 데다 대우경제연구소 사장과 국회의원까지 거치면서 학계와 정·관계에 두루 경험이 많다는 점이 각 경제 부처를 장악할 수 있는 리더십의 원천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대통령과의 소통능력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전문성 분야에서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위에 올랐다. 그는 기획재정부 차관과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을 역임했다. 민관을 넘나든 경험이 전문성을 높게 평가하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개혁성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재계 대표로 지난 9월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응답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통령과의 소통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꼽혔다. 국제적 감각과 리더십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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