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하는 임단협 마무리
GM·포드·크라이슬러 노조
8년 만에 임금 인상 이끌어내고 사측 인력 운용 간섭 않기로
매년 큰 폭의 임금 인상과 국내 생산량 확대만 요구하는
한국 자동차 노조와 대조적
[ 강현우 기자 ] 미국 자동차업계 노사가 한국 자동차업계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내용으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했다. 노조는 8년 만에 임금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회사 측은 생산 물량을 국내외 공장에 자율적으로 배정하고 상황에 맞춰 비정규직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와 미국자동차노조(UAW)는 최근 끝낸 임·단협에서 이렇게 합의했다. 미국 자동차 노사는 4년마다 임·단협을 한다. 임·단협 결과 노조는 2007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 인상을 얻어낸 대신 회사 측의 인력 운용 및 공장 운영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협상에서 노조는 임금 인상과 이중임금제 폐지 등 두 가지를 주로 요구했다. 일본 및 독일차에 밀려 대규모 적자를 보던 미국 빅3 노사는 2007년 기존 근로자(1급)의 임금을 동결하고 임금을 적게 받는 2급 직군을 신설하는 데 합의했다. 1급 근로자 초임이 시간당 28달러(약 3만2000원)인 반면 2007년 이후 입사한 2급 근로자의 초임 시급은 16달러(약 1만8000원) 수준이다. 이후 8년에 걸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선진국 자동차 시장 회복으로 실적이 개선되자 노사는 임금 인상과 이중임금제 폐지에 합의했다.
회사는 임금을 올려주는 대신 경영 자율성 확보라는 반대급부를 얻어냈다. UAW는 신차 출시 및 경기 하락 등으로 수요가 변동할 때에 맞춰 파견·시간제 등 비정규직 근로자를 자유롭게 채용 및 해고하는 데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또 국내외 공장에 생산 차종과 물량을 자유롭게 배정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데니스 윌리엄스 UAW 위원장은 “회사가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UAW의 이 같은 양보는 국내 생산 물량을 고집하는 한국의 자동차 노조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노동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노조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각 공장에 배정된 차종을 변경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국내외 공장 물량 배정을 노조와 협의할 것까지 요구하고 있다. 국내 생산 물량을 확보해야 고용이 안정된다는 이유에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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