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아스피린은 세계 최초의 합성의약품이다. 1897년 독일 바이엘사가 류머티즘 관절염에 사용하는 해열진통제로 개발했다. 지금도 매년 세계적으로 1조 알 이상이 팔린다. 아스피린의 뿌리는 수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와 중국에는 버드나무를 진통과 해열이 필요할 때 약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히포크라테스도 버드나무 잎으로 차를 만들어 약으로 썼다고 한다.
화학이 발달하면서 버드나무 껍질에 ‘살라실’이라는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약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19세기 중반 독일에선 당시 골칫덩이였던 산업 폐기물 콜타르에서 살라실을 대량합성하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살라실의 효과는 탁월했지만 문제는 부작용이었다. 이명 구토에다 특히 위장 장애가 심해 환자들에겐 복용 자체가 큰 고통이었다.
바이엘에 근무하던 화학자인 펠릭스 호프만은 관절염을 앓던 아버지 때문에 특히 살라실에 관심이 많았다. 약을 복용할 때마다 고통스러워 하는 아버지를 보며 연구를 거듭해 마침내 살라실산과 아세트산을 합성해 복용하기 편한 의약품을 개발했다. 호프만은 아세트산과 버드나무의 학명(spiraea)을 합성해 아스피린(aspirin)이란 이름을 淄駭? 가루로 팔다가 1915년부터 알약 형태로 바뀌었다.
아스피린의 작용 메커니즘은 아주 나중에야 밝혀졌다. 영국의 존 베인은 아스피린이 다양한 신체 메커니즘에 관련되는 호르몬 유사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방해함으로써 진통 등의 효능을 낸다는 것을 규명했다. 그는 이 업적으로 198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때로는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이것이 아스피린의 새로운 효능으로 바뀌기도 했다. 예를 들면 프로스타글란딘을 만드는 효소 가운데 하나는 혈액응고를 돕는데,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이 기능을 방해해 출혈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아스피린이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약이 되는 것이다.
아스피린은 계속 발전하고는 있지만 절대 만병통치는 아니다. 먹어서 나쁠 게 없는 보통의 영양제도 아니다. 복용자 가운데 평균 6%가 위장 장애를 일으켰다는 보고가 있고 일부 영아에게는 급성뇌염을 일으켰다는 보고도 있다. 천식환자, 두드러기 환자에겐 아스피린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일본이 아스피린의 대장암 예방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7000여명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임상시험을 최근 시작했다는 뉴스다. 새 효능도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