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서 70~80% 였던 기준 박근혜 정부 들어 90%까지 높아져
"배임죄 기업인에게 기회줘야"
[ 김인선 기자 ]
정부가 가석방 허용 기준을 완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법무부는 “가석방할 때 사회적 지위나 직업에 따른 어떠한 특혜와 불이익이 없도록 심사하겠다”며 “최근 수용시설 과밀화와 교정·교화의 효율적 운영에 관한 의견 등을 감안했다”고 29일 밝혔다.
법무부는 가석방을 심사할 때 핵심 기준이 되는 형 집행률을 현재 90% 안팎에서 80%대로 낮췄다. 형법 72조는 ‘무기징역은 20년, 유기징역은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정부 때는 통상 형기의 70~80%를 마친 수형자를 대상으로 가석방이 이뤄졌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이 기준이 90% 선까지 올라갔다. 만기 출소가 임박해서야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완화한 지침을 이달부터 적용해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석방 심사 대상에서 원천 배제됐던 정치인과 경제인도 요건을 충족하면 가석방의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다만 살인·성폭행 등 강력범죄자를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하는 현행 기조는 그대로 유지한다”며 “가석방 심사 과정에서 사회복귀 적응 가능성, 재범 위험성, 행형 성적, 피해 회복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정·재계 인사들은 가석방 심사 대상에서 일반 수감자보다 더 높은 형 집행률 기준을 적용받았다. 일부에서는 ‘역차별’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날 기준으로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징역 3년6월)은 형기의 74%,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징역 4년)은 77%를 채운 상태다.
법무부의 이 같은 방침은 국내 교정시설의 과밀화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8월 기준 국내 51개 교정시설의 정원은 4만5490명이지만 수용하고 있는 인원이 5만4347명에 달해 수용밀도가 117%에 이른다. 교도관 한 명이 관리하는 수형자 수도 3.52명으로 캐나다(1명), 독일(2.1명), 영국(2.7명) 등에 비해 높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사범 중 다단계 사기범 등 죄질이 중한 수형자는 가석방 대상 심사를 엄격히 해야겠지만 과잉 형법으로 꼽히는 배임죄로 형을 살고 있는 기업인들에 대해서는 가석방 요건을 갖추면 사회에 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석방은 법무부가 일선 교도소에서 교정 공무원이 선별한 심사 대상자를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상정하면 심사위가 행형 성적·재범 우려 등을 검토해 최종 대상자를 결정하고 법무부 장관이 재가한다.
■ 가석방
징역형으로 수감된 수형자가 형기를 채우기 전에 조건부로 석방하는 제도. 수감 중 태도가 올바르고 뉘우치는 빛이 뚜렷한 경우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먼저 내보낸다. 잔여 기간에 잘못하지 않는 한 형을 마친 것으로 행정처분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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