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인구와 세계경제 분석'
세계인구 32% 늘지만 생산가능 인구는 일본 28%↓·한국 26%↓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 줄어 연관 산업 타격 불가피
[ 박종서 기자 ]
식량생산량이 급증하는 인구를 따라잡지 못해 재앙이 닥칠 것이라던 토머스 맬서스(1766~1834)의 ‘기우(杞憂)’에 마음 졸이던 지구촌이 이제는 경제성장을 위한 인구 확보에 열을 올려야 할 처지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N 자료를 인용, “선진국의 생산가능 인구(15~64세)가 내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2050년이면 지금 수준보다 5% 줄어들 전망”이라며 “인구를 제대로 늘리지 못하면 예전과 같은 경제성장은 요원할 수 있다”고 23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내년부터 선진국 생산가능 인구 감소
UN에 따르면 산아제한을 하지 않았던 인도 등에서 출산이 증가해 올해 70억명인 세계 인구가 2050년에는 10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인구 부족’으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작다.
하지만 생산가능 인구에 집중해 보면 사정이 다르다. 2050년까지 瞿뼈?생산가능 인구는 28% 줄어들 전망이고,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 감소율도 26%에 이른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23%씩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의 원동력 중 하나인 중국의 생산가능 인구도 21% 하락한다.
생산가능 인구가 전체 인구 증가율을 밑돌면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진다. WSJ는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면 근로자가 부족해 원활한 기업활동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구매력이 떨어진다”며 “자동차 등 내구재나 주택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출산율 상승과 이민정책 등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잠재성장률이 3%에서 2%로 떨어졌다. 생산가능 인구가 늘어도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자들은 경기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다 인구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인구 부족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인구가 고령화하면 연금생활자가 늘어나 경제에 부담이 된다. 일본은 현재 인구 10명이 6.4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2050년에는 9.5명을 부양해야 한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건강 관련 산업이 발전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세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란 게 WSJ의 분석이다.
은퇴 시점 늘리는 게 현실적 대안
WSJ는 생산가능 인구 확보를 위해서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출산을 늘리는 게 첫 번째, 저소득 국가에서 이민자를 받아들여 일할 사람을 늘리는 것이 두 번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의 경제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선진국이 지금보다 8배 많은 규모의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WSJ는 “이민자를 받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문제이고 출산율을 갑자기 늘리는 것도 어려워 세 번째 방법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바로 은퇴 시점을 미루는 것”이라며 “독일과 일본 등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의 기업이 나이가 많은 근로자가 더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사례”라고 전했다.
박종서 한국경제신문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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