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 국제부 기자) 이달 10일 간 해외 외교일정을 마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번 주 일본 경제와 관련해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습니다. 지식재산전략본부회의, 종합과학기술혁신회의, ‘미래투자를 위한 민관대화’를 가진데 이어 환태평경제동반자협정(TPP) 대응책과 2차 아베노믹스의 정책 목표인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위한 긴급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정 중 가장 중요한 회의 중 하나였던 ‘민관대화’를 놓고선 일본내에서 뒷말이 무성합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달 ‘경제 선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인력·설비 투자와 혁신을 논의하는 민관대화 설치를 제안하고 매월 한 차례씩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 재계단체인 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이번 민간대화에서 임금인상과 관련해 “실적이 증가한 기업들은 (내년초) 올해 임금인상률을 웃도는 임금인상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설비투자에 대해서도 법인 세율 인하 등 9가지 항목을 전제로 달긴 했지만 2018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에는 현재보다 10조엔 가 ?늘어난 80조엔을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기업들의 임금인상과 설비투자 확대는 아베 총리가 민간대화를 소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가 삐걱대는 것은 기업들이 엔저로 번 돈을 풀지 않아서라는게 일본 정부의 판단입니다. 아베 총리는 민관대화 자리에서 바로 현재 32.11%인 법인세 실효세율을 2016회계연도부터 20%대로 낮추는 것을 검토하도록 재무성과 경제산업성에 지시했습니다.
재계 입장에서는 ‘법인세 인하’라는 ‘당근’을 위해 설비투자와 임금인상이라는 ‘채찍’을 달게 맞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모임이 있기전 일본 정부와 여당에서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과세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 상황인걸 감안하면 사카키바라 회장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재계가 ‘백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경제산업성 간부까지 나서 게이단렌측에 법인세 인하를 위해 구체적인 ‘숫자’를 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사카키바라 회장이 말한 10조엔의 설비투자 증가액도 아베 총리가 내걸고 있는 ‘2020년경 GDP 600조엔’ 달성을 위해 필요한 수치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근 임금인상률을 놓고선 사상 최대 이익이 예상되는 도요타 노조조차 “최근 경영환경 변화를 고려해 협상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민관이 협력을 모색해 온 지금까지와 달리 정부에 의한 경제 개입의 색채가 강해지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끝)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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