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대수는 347만대다. 연간 판매된 신차가 165만대이니 두 배 이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신차는 한 번 거래로 그치는 반면 중고차는 폐차 또는 수출되기 전까지 계속 거래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중고차 거래사업에는 개인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심지어 대기업까지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문제는 신뢰도다. 어디에 팔고 어디서 구매하느냐에 따라 제품 만족도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판매보다 구매에서 많은 불만이 제기된다. 남이 타던 차를 이어받는 것이어서 신차만큼 품질이 완벽할 수는 없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3년 384건에 달했던 중고차 불만은 지난해 459건으로 증가했다. 거래 확대로 자연스럽게 불만도 늘었지만 그중에서도 점검 내용이 실제 상태와 다르다는 불만이 가장 많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중고차 품질 검증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요즘에는 자동차회사가 중고차 거래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 품질 검증을 위한 준비가 돼 있어 신뢰도를 높이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해서다. 흔히 말하는 ‘인증 중고차’ 사업에 메르세데스벤츠, BMW, 재규어랜드로버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이유다.
이들의 목적은 분명하다. 신뢰도 향상을 통한 ‘잔존 가치’의 사수다. 떨어지는 가치를 그대로 방치하면 소비자가 재산상 손해를 보게 되고, 최악의 경우 잔존 가치 하락을 걱정해 신차 구매를 주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잔존 가치의 신뢰도를 높여 신차 구매로 연결하는 데 집중한다. 이른바 ‘잔존 가치를 향한 집념’이다.
지금이야 많이 일반화됐지만 국내 자동차 역사에서 잔존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였던 방법은 ‘중고차 50% 보장 할부’였다. 1997년 대우자동차(현 한국GM)가 도입했던 ‘중고차 가치 보장 할부’는 소비자가 신차를 사서 3년을 타고 제조사에 되파는 파격적인 제도였다.
잔존 가치를 제조사가 보장해주니 소비자들의 신차 구입이 잇따랐고, 톡톡히 재미를 본 대우차는 GM대우 시절인 2006년에도 신차 가격의 40%만 내고 나머지는 타던 차를 중고차로 반납하도록 했다. 중고차 거래에 완성차 회사가 뛰어든 사례였고, 당시 현대·기아자동차 등은 이를 두고 시장을 엉망으로 만든 ‘극약처방’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덕분에 대우차의 잔존 가치는 크게 향상됐다. 잔존 가치를 높여 신차 구매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 시장에 제대로 먹혔던 셈이다.
그런데 잔존 가치 높이기가 제조사만의 몫은 아니다. 자동차 회사가 잔존 가치 향상에 집중한다면 소비자는 구입 후 유지 가치 높이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관리를 잘하면 되팔 때 가치 하락을 조금이라도 방어할 수 있는 만큼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자동차용품으로 광택을 유지하고, 엔진세정제를 통해 카본 등을 제거하기도 한다.
특히 주행거리 10만㎞ 정도에서 엔진 등의 보조용품 인기가 높다는 점은 捻炷?또한 잔존 가치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권용주 <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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