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 재계의 영웅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1915~2001)이 태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그의 탄생 100년을 기념해 지난 18일에는 기념음악회가 열렸고 학술심포지엄(23일)과 사진전시회(23~24일)에 이어 어제는 성대한 기념식이 개최됐다. 정·관·재계, 언론계, 학계 인사들과 범(汎)현대 관계사 임직원 등 500여명이 참석해 그의 생애와 업적을 기렸다.
1915년 11월25일 강원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에서 태어난 정주영은 열여섯 살 때 아버지가 소를 팔고 받은 돈 70원을 들고 무작정 상경했다. 공사판 막노동, 쌀가게 점원 등을 전전하던 그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일어서 마침내 세계적인 기업가가 된 것은 빈곤과 굶주림의 나라가 선진 산업국으로 성장해온 대한민국의 역사 그대로다. 그의 탄생 100년은 곧 한국 기업가 정신 100년의 역사인 것이다.
정주영은 불굴의 도전정신뿐 아니라 반드시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발상으로 항상 대한민국 기적의 여정 맨 앞자리에 서 있었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한 것을 시작으로 중동 건설시장 진출, 조선소 건설, 자동차 독자 개발, 서울올림픽 유치 등은 그가 앞장서 일궈낸 역사들이다. 먼지 날리는 백사장에 조선소와 배를 동시에 짓겠다는 황당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으로 외국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1976년 당시 20세기 최대 공사로 불리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항만공사를 세계 유수 업체를 제치고 따낸 것도 그가 이끄는 현대건설이었다. 조립공장도 안 될 거란 비아냥을 이겨내고 자동차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그런 ‘신화’ 같은 소식들을 들으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것이 한국의 지난 세기였다.
모두가 몸을 사리려는 것이 지금 영웅들이 사라진 한국 사회 분위기다. 그렇기에 더욱 “이봐, 해보긴 했어?”라고 되묻던 그가 그리워진다. 청년들 사이엔 소위 ‘금수저, 흙수저’론이 있다지만 그야말로 ‘원조 흙수저’다. 빈손으로 일어나 세계적 기업군을 일궈낸 영웅 정주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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