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휘호는 '통합' '화합'
[ 조수영 기자 ]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매년 정초에 직접 붓으로 적은 신년 휘호로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대통령 취임 후 첫 신년 휘호는 1994년 ‘제2의 건국’이었다. 공직자 재산 공개와 금융실명제 시행 등의 개혁조치를 통해 나라를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이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은 ‘대도무문(大道無門·올바른 길에는 거칠 것이 없다)’이다. 1993년 7월 방한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하기도 했던 이 휘호는 1995년 신년에도 등장했다. 여권 2인자였던 김종필(JP) 당시 민주자유당 대표와 갈등을 빚던 상황을 대변한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랐고, JP는 같은해 1월19일 탈당해 두 사람의 정치적 동거가 끝났다.
1996년에는 ‘역사 바로 세우기’를 신년 휘호로 제시했다. 그의 재임 중 첫 한글 휘호로, 당시 5·18 특별법 제정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법 처리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임기 마지막 해였던 1997년에는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뜻에서 ‘유시유종(有始有終·시 邦?있으면 끝이 있다)’을, 퇴임을 앞둔 1998년에는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외환위기를 극복하자는 뜻으로 ‘제심합력(齊心合力)’을 제시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휘호는 ‘통합’과 ‘화합’이었다. 차남 현철씨는 22일 “(김 전 대통령이) 2013년 입원하셨는데, 사실 말씀을 잘하진 못하셨다”며 “필담 식으로 그땐 글씨를 좀 쓰셨는데, 평소에 안 쓰시던 ‘통합(統合)’과 ‘화합(和合)’을 쓰셨다”고 회고했다. 그 뜻을 묻자 김 전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 없이 쓴 글을 가리키며 “우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건강이 더 악화돼 필담도 나누지 못했다. ‘통합’과 ‘화합’은 김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남긴 유언인 셈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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