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산업이 비상이다. 한경 보도(11월21일자 A1, 3면)에 따르면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1인당 서울 4박5일 관광상품이 34만원대로 서울~베이징 간 항공료보다도 싸다고 한다. 여행사는 그 손실을 소위 ‘쇼핑 뺑뺑이’로 채운다. 순수관광이 580분인데 쇼핑에만 440분을 돌리는 식이다. 이런 저질 관광을 체험한 요우커가 다시 오고 싶을 리 만무하다. 일본을 반드시 재방문하겠다는 요우커가 54.6%(일본관광청 조사)에 달한 반면 한국을 꼭 다시 찾겠다는 응답은 고작 14.7%(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다.
저질 관광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최근 2~3년간 요우커 특수에 잠시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볼거리도, 잘 곳도 턱없이 부족한데 관광의 질을 높이려는 의지도 안 보인다. 올 1~10월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109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같은 기간 일본은 48.2% 급증한 1631만명이 찾아 3년 만에 완전히 역전됐다.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엔저 영향이 컸다지만 한국 관광의 민낯을 보면 관광객 감소가 과연 일시적인 현상일까 의구심이 든다.
‘굴뚝 없는 수출산업’인 관광은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다. 한국도 ‘관광대국’을 지향하며 2017년 2000만명 유치 목표까지 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관광호텔 건립을 지원할 관광진흥법안은 3년 넘게 국회에서 요지부동이다. 관광객 수는 세계 20위인데 호텔 객실 수는 97위(인구 100명당 0.2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관광객들이 수도권 모텔을 전전하는데도 정치권은 관광호텔과 러브호텔조차 구분 못하는 수준이다. 면세점도 인허가의 단맛에 익숙한 관료들이 5년마다 재허가하며 하향 평준화할 판이다.
요우커 덕에 2~3년 반짝했던 한국 관광산업이 이제 밑천을 드러내고 있다. 요우커마저 줄면 속수무책이다. 관광호텔은 유해시설, 케이블카는 환경파괴시설, 의료관광은 의료민영화로 몰아가는 한국이다. 도대체 내수는 무엇으로 살리고 일자리는 어디서 나온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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