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국민은행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소비자·현장·직원 중심
영업점 창구서 예금·대출 한번에…직장인 위한 오후 특화지점 늘려
현장직원 불필요한 업무는 줄여
새로운 영역 도전장
대우증권 인수전 뛰어들어…은행에 치중된 사업구조 다각화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투자도
[ 김은정 기자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사진)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했던 말을 강조한다. ‘금융 서비스는 필요하지만 은행은 꼭 그렇지 않다(Banking is necessary but banks are not)’는 말이다. 유례없는 저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금융 진출이 가시화하면서 은행이 거센 도전에 직면한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라는 게 윤 행장이 임직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다.
윤 행장은 “금융시장 격변기에는 방향을 한 번만 잘못 잡아도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방향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금융 격변기를 헤쳐나갈 국민은행의 새 경영전략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茱捻炷?중심 △현장 중심 △직원 중심이다. 은행 간 경쟁은 1~2년에 걸친 단거리 승부가 아니라 속도와 지구력의 싸움이고, 이를 위해 국민은행의 영업 및 업무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소비자 중심으로 영업점 개편
윤 행장이 제시한 첫 번째 경영전략은 소비자 중심 경영이다. 저성장·저금리, 고령화 등 구조적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단순 금융거래는 앞으로 모바일과 자동화 기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른 은행과 차별화되고 전문화된 상담 서비스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윤 행장은 이에 따라 급변하는 환경에서 소비자들이 은행을 찾는 이유를 임직원들과 고민했다. 이를 통해 찾은 답이 모바일, 자동화기기로는 대체 불가능한 전문적인 금융상담이다. 국민은행이 앞으로 집중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분야라고 판단했다.
국민은행은 기존 영업점 체계를 올해 자산관리와 금융상담 중심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개편 방향은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개인과 기업 소비자로 나눠 예금부터 대출까지 한꺼번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올해 70여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이런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이들 영업점의 인력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총괄 팀장급이 아닌 팀장급 직원을 창구로 전진 배치했다. 소비자 응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은 내년에는 이런 시스템을 모든 영업점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영업점도 세분화했다. 개인 소비자형, 기업 소비자형, 자산관리형, 복합형, 기업 소비자 및 자산관리형 등 5가지로 분류한 뒤 이에 맞춰 전국의 지역본부와 영업점을 재배치했다. 또한 소비자 눈높이와 생활 주기를 감안한 영업점도 늘리고 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이용할 수 있는 특화점포를 확대하고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영업점에는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직원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지역을 옮겨다니면서 새로운 소비자를 찾아 이동하는 컨테이너 점포도 늘리고 있다.
불필요한 현장업무 축소
윤 행장의 두 번째 경영전략은 현장중심형 업무체계 구축이다. 그는 취임 초부터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줄인 ‘우문현답’을 임직원들에 주문했다. 국민은행은 ‘우문현답’을 실천하기 위해 이전까지 본부 중심이던 업무 형태를 현장 중심으로 바꿨다.
영업점 직원들이 영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업무를 대대적으로 줄였다. 올 들어서만 영업점 업무의 60% 이상을 축소했다. 이른바 워크 다이어트다. 예를 들어 현실과 동떨어진 오래된 규정과 지침, 각종 제도를 과감하게 없앴다. 각종 장표, 전산처리 업무도 최대한 후선으로 배치해 영업점에서는 소비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 또 각종 매뉴얼은 영업점 직원들 중심이 아니라 사용자 중심으로 재정비했다. 윤 행장은 “직원들이 좀 더 생산성 있는 분야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장의 얘기를 적극 수렴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영업점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창구를 늘리고, 여기서 나온 의견은 본부에서 반드시 검토해 최우선 해결과제로 논의하는 식이다.
‘제 몫 다하는 문화’ 확산
윤 행장의 세 번째 경영전략은 직원 중심이다. 일 잘하는 직원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1등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직원 중심 전략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윤 행장은 올해 초부터 ‘제 몫을 다하는 문화’를 확산시킬 것을 주문했다. 임금피크제를 손질한 게 대표적이다.
기존 국민은행의 임금피크제는 일정 나이가 되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아 급여를 적게 받으면서 정년을 채우면 되는 구조였다. 그렇다보니 소위 ‘뒷방 늙은이’만 양산한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국민은행은 이에 따라 지난 5월 임금피크제를 전면 개편했다. 만 55세 때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급여의 50%를 일괄 삭감하고 정년을 보장하던 기존 방식 대신 올해부터 △월급 50%를 받고 정년까지 일하거나 △27개월치 특별퇴직금을 받고 희망퇴직을 택하거나 △일선 영업현장에서 뛰며 업무성과에 따라 기존 연봉의 최대 150%를 받는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직원의 자기 계발을 적극 장려하는 것도 최근 국민은행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다. 국민은행은 올해 초부터 영업점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학습그룹을 결성하도록 권장했다. 자산관리, 여신, 외환 등 상품 판매와 관련한 전문 지식을 쌓고 각종 자격증을 따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소비자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금융 업무 역시 점차 고도화, 전문화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에 맞춰 직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학습그룹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입행원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올 하반기 채용한 신입행원 120명을 대상으로 정규 연수과정 외에 13주간의 기업금융 예비인력 양성 과정 연수를 실시했다. 입행 초부터 전문 인력을 양성하려는 취지에서다.
1등 은행으로의 재도약
윤 행장은 이 같은 세 가지 경영전략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국민은행을 1등 은행으로 올려놓는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금융환경이 은행 중심에서 증권, 보험 등을 결합한 복합금융 시대로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그룹 차원의 구조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엔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을 그룹 계열사로 완전 편입했다.
경쟁사에 비해 은행 의존도가 높은 것을 해결하기 위해 대우증권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윤 행장은 대우증권 인수로 은행에 치중된 KB금융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유니버설뱅킹(은행·증권 업무 겸업) 모델을 도입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도 꾀하고 있다. 지난 9월 한국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ICT기업, 증권사 등과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대우증권 인수 등이 잘 마무리된다면 내년에는 1위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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