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선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가상현실의 시작은 1960년대의 비행 시뮬레이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이반 에드워드 서덜랜드(Ivan Edward Sutherland)가 가상현실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단말인 HMD(Head Mounted Display)를 처음 제안했다. 1980년대에는 안경과 장갑 형태의 인터페이스가 등장했다. 오랜 시간 동안 가상현실은 꾸준히 발전했다.
최근 가상현실은 일부 영역에서 한정적으로 활용되던 기술에서 벗어나 손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구글의 ‘카드보드’처럼 일반 소비자도 구매를 고려할 만한 수준의 가격과 성능을 갖춘 기기가 등장하면서 가상현실이 전문가나 마니아를 넘어 일반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게다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은 고속 응답 디스플레이, 고성능 프로세서, 다양한 종류의 센서 등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요소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하면서 가상현실의 잠재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향후 가상현실은 새로운 콘텐츠 소비 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영화, 방송 등을 즐기기 위해 고화질 대형 스크린을 찾는 대신 가상현실을 택하는 사람도 생겨날 수 있다. 특히 가상현실에서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3차원 가상환경이 창조되는 만큼 기존 미디어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미 게임에서는 사용자의 시점과 게임 속 가상 캐릭터의 시점이 동일한 ‘1인칭 게임’을 중심으로 가상현실이 도입되는 추세다. 또한 가상현실 영화인 ‘프로젝트 시리아’를 통해 시리아 내전에 관한 이야기를 실감나게 전달한 노니 데 라 페냐(Nonny de la Pena) 감독은 가상현실 저널리즘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가상현실은 콘텐츠 범위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 여행, 교육 등 지금까지는 직접 체험해야 했던 것, 즉 콘텐츠의 영역에 속하지 않았던 것을 콘텐츠로 전환시킬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HMD와 더불어 다양한 인터페이스 기기들이 복합적으로 발전하면서 가상현실을 통한 가상체험의 설득력은 높아질 것이다. 신생기업인 ‘더 보이드’는 가상현실 테마파크를 구상하고 있다. 전투기나 자동차를 탄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모션 시뮬레이터 등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기기들을 이용해 테마파크에 간 듯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가상현실은 또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문자, 음성을 넘어 사진, 동영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향후 가상현실로까지 확대될 개연성이 있다. 가상현실을 활용할 경우 개인의 주변 환경 전체를 상대방과 공유함으로써 개인의 일상 경험까지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신생기업에 불과한 오큘러스를 인수하는 데 20억달러라는 놀라운 금액을 제시한 이유이다. 또한 업무 방식, 특히 협업 방식 ?바꿀 수도 있다. 원격화상회의를 위해 개발된 로봇과 가상현실이 결합되면 직접 만나지 않고도 직접 만난 것보다 더욱 원활한 협업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풀어나가야 할 이슈도 적지 않다. 비록 HMD의 성능이 개선되고 가격은 하락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용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또한 가상현실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데 드는 비용도 적지 않으며, 향후 스트리밍 방식의 가상현실 서비스 구현을 고려한다면 요구되는 데이터 용량 및 속도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가상현실이 사람에게 무해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현상을 야기할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가기 어려운 곳, 보고 싶지만 실제로 보기는 힘든 것, 하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제약이 따르는 일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있는 기술이 바로 가상현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앞서 제기한 이슈를 하나씩 넘어설수록 가상현실의 시장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가상현실 자체가 아직까지 태동단계인 만큼, 우리 기업들도 차세대 키워드로 가상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홍일선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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