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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글로벌 인재포럼] "한국, 퍼스트무버 되고 싶은가?…그러면 이민자 더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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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재역량 진단보고서 발표한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

일자리 미스매치·낮은 생산성이 한국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
이제는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닌 똑똑하게 일하는 게 필요한 시대
한국학생 읽기·풀기 잘하지만 학습동기·팀협력은 OECD 하위
청년 창업 쉬운 환경 만들고 기업가 정신 유치원부터 가르쳐라



[ 정태웅 기자 ] “노동시장의 일자리 미스매치와 낮은 생산성이 한국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협력해 이런 도전적 과제를 극복하기를 바랍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인재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 전체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글로벌 인재포럼 2015’에서 한국의 ‘인적 역량 전략(skill strategy·이하 인재역량)’을 분석한 보고서를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국제학업성취도조사(PISA)와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등 OECD의 교육부문을 총괄하는 슐라이허 국장은 “한국이 교육분야의 세계적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호기심, 리더십, 소통능력 등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인적 자원 역량에 대한 보고서를 인재포럼에서 처음 발표했습니다.

“‘인재역량’은 2012년 각국 정부 대표와 OECD가 만나 도입한 개념입니다. 정부의 인재 개발정책이나 기업의 인적 자원(HR) 경영전략, 사회 전체를 포괄해 분석하는 틀이죠. 올해 글로벌 인재포럼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발표할 수 있는 큰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미 발표한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에 대한 분석과 한국 보고서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나라마다 다른 도전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공통된 문제도 물론 있죠. 예컨대 노르웨이는 정부의 사회복지에 기대어 살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한국은 활동적이고 오랜 시간 일합니다. 또 한국 사회 이민자의 비율은 2.5%에 불과해 더 늘려야겠지만 오스트리아는 이민자의 비율이 높아 사회통합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국의 문제점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습니까.

“최상의 가치를 끌어내는 생산성에서 한국은 노르웨이와 반대입니다. 삼성 같은 한국 대기업은 생산성이 높고 실적도 좋은데 여전히 한국에는 효율적이지 않은 기업도 많고 작은 기업도 많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고 똑똑하게 일하는 것이 필요하죠. 노동시장 일자리 미스매치도 큰 문제입니다. 마이스터고를 세우는 등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학력과 노동시장 간 불일치가 여전합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것과 한국이 인구학적으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다문화 가구 등 다양한 인재 확보는 급속한 기술 및 경제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OECD의 이번 보고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다른 시각으로 설명해주고 다른 국가의 경험도 전해줍니다. OECD가 인재역량을 개발하라고 압력을 행사한다기보다는 대화하고 조언해주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인재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만으로 안 됩니다. 노동계도 참여해야 하고 교육부 등은 더 긴 안목으로 정책을 펴야 합니다.”

▷세계은행도 각국의 교육개혁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도로와 학교 건설을 돕는 등 물리적 사회기반 건설을 지원하지만 OECD는 정책을 디자인하고 이행을 촉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역할은 PISA와 PIAAC처럼 국가별로 비교할 수 있는 모형을 구축해 제시하는 것입니다. 국가별 비교가 가능한 플랫폼을 내놓고 유효한 정책을 동원하도록 돕는 것이죠.”

▷한국은 PISA 성적이 OECD 1위입니다.

“한국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이 교육분야에서 세계적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한국이 PISA의 읽기 수학 과학 등에서 가장 앞서 있지만 학습동기와 자신감 등은 OECD 평균을 밑돌고 있죠. 21세기 교육은 이전과 다릅니다. 리더십과 호기심, 창의성, 팀 협력, 소통 등 ‘성품의 질’ 측면에서 한국은 여전히 많은 도전과제를 안고 있죠. 물론 다른 모든 국가도 직면한 과제이기는 합니다.”

▷한국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입니까.

“이제는 더 이상 학생들이 뭘 아는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구글만 검색하면 뭐든지 알 수 있죠.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식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전혀 다른 맥락에서 새로운 학습 도전과제가 놓여 있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창의적이 되도록 가르치기는 어렵습니다. 학생들이 창의적이 되기를 바란다면 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실수도 하는 그런 환경을 조성해야죠.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조정자이고 들어주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큰 도전이죠.”

▷창의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데 한국은 아직 이 부분이 부족합니다. 환경을 조성하고 학생들이 주도하도록 해야 합니다. 마이스터고 등 고등학교 단계에서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유치원부터 기업가 정신을 가르쳐야죠. 사실 유치원과 초등 단계에서 학생들은 매우 창의적입니다. 그런데 교실에 앉아 교사가 가르치는 것을 들으면서 호기심이나 흥미 등을 잃고 더 이상 아이디어를 내지 않게 되는 것이죠.”

▷한국 젊은이들은 창업을 두려워합니다.

“과거에는 학위가 취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솔직할 필요가 있는데 이 논리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한국 젊은이들은 창업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면 창업에 도전하는 한국계 젊은이가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기업가가 되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왜 안 합니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납세자들이 빚을 조정해줘야 합니다. 교육을 분할할 필요도 있죠. 지금까지는 25세까지 배우고 나머지 일생을 일하며 살았지만 앞으로는 이른 나이에 일하는 경험을 하고 이어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OECD와 세계은행은 인재포럼의 협력기관입니다.

“2013년 인재포럼에서 한국의 인재역량에 대한 분석을 시작한다고 밝혔고 이번에 진단보고서를 공식 발표하는 등 많은 진전을 이뤘습니다. 앞으로도 인재포럼과 협력을 강화할 것입니다.”

■ 슐라이허 국장 프로필

△1964년 독일 함부르크 출생 △함부르크대 물리학과 졸업 △호주 디킨대 수학과 석사 △1989~1992 함부르크대 문해교육원 연구원 △1993~1994 네덜란드교육연구원(SVO) 선임연구원 △1994~199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연구혁신센터 행정관 △1997~2002 OECD 통계국 부국장 △2003~ OECD 교육국장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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