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정책금융기관도 책임" 질타
대형 프로젝트 수익성 평가 의무화
선수금환급보증제도 개선…평가 전문가 조직 신설도
[ 조진형 / 이승우 기자 ]
정부가 건설업체와 조선업체의 부실 수주에 정책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수천억원 이상의 수주 프로젝트에 자금을 집행할 때 반드시 수익성을 평가하도록 했다. 그동안 수주사업 내용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회사 신용도만 믿고 정책자금을 지원한 탓에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해외건설·조선업 부실방지를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에 참석해 “일부 무리한 수주로 인한 건설·조선업계의 부실화 과정에 정책금융기관의 책임이 있다”며 “부실사업으로 인한 정책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는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박기풍 해외건설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기재부는 부실 수주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의 선수금환급보증(RG)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RG는 조선업체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때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내는 지급보증 제도다. 2011년 조선업계의 저가 수주가 몰렸을 때 정책금융기관은 사업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보증을 남발했다.
건설업계 해외수주도 마찬가지로 사업에 대한 평가 없이 정책자금이 투입됐다. 조선업과 건설업 등에 대한 수은의 이행성 보증금은 2011년 20조8300억원에 달했다. 결국 부실 수주가 수면 위로 불거져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 구조조정 이슈가 잇따랐고, 정책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직결됐다. 수은은 부실 지원으로 건전성이 크게 악화돼 연내 조 단위의 국민 혈세를 투입해야 할 판이다.
기재부는 앞으로는 이 같은 동반 부실을 차단하기 위해 RG에 나설 때 수익성 평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건설·조선업계 대규모 수주사업의 수익성을 평가할 전문가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중소 건설사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지원센터 내에 사업평가팀을 조직하고, 조선·해양금융 지원 강화를 위한 금융협의체인 해양금융종합센터 내에 조선해양사업 정보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수은 관계자는 “그동안 해당 프로젝트의 수익성은 보지 않고 수주 기업의 신용도나 재무제표만 따져 보증을 지원했다”며 “앞으로는 전문가들이 발주처와의 계약 관계, 수익성 등을 평가한 뒤 보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익성 평가는 대규모 수주사업에 한해서만 의무화한다. 대형 수주 사업의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5억~10억달러 선에서 검토하고 있다.
선급금 환급 보증이 선별적으로 이뤄지면 기업들의 부실 수주에 대한 유인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
조진형/이승우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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