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은 지식사회부 기자 soul@hankyung.com
[ 윤희은 기자 ] 경찰청은 매주 월요일 ‘주간 주요 추진 업무보고’를 출입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다. 여기에는 경찰의 주간 주요 일정과 함께 일선 경찰관의 지난주 활약상도 담겨 있다.
지난달부터 사라진 항목이 하나 있다. ‘신임 경찰 우수 사례’다. 이전까지만 해도 경찰은 새로 임용된 경찰관의 공적을 적극적으로 언론에 알렸다.
이 항목이 사라진 배경을 묻는 기자에게 경찰청 관계자는 “신임 경찰관 실적 미담에 대해 워낙 말이 많아 공개 항목에서 제외했다”며 “지금은 경찰청장에게만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초 충북 청주 청원경찰서 율량지구대에서 나온 거짓 보고였다. 해당 지구대 팀장 등은 “택배기사로 위장한 신임 여경 이모씨(29)의 활약으로 수배자를 체포했다”고 보고했지만 이는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단순 수배자 검거로는 자신들이 표창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선배 경찰관들이 검거 과정에 참여조차 하지 않은 이씨가 수배자를 체포한 것처럼 꾸몄다. 이들은 곧바로 중징계를 받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조를 짜서 활동하는 경찰 특성상 단독으로 수배자를 검거하는 일이 드물고 신임 경찰관은 더 힘들다”며 “다른 경찰서에서도 ‘억지 미담 만들기’에 혈안이 돼 신임 경찰의 활약을 꾸며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례가 많다”고 귀띔했다.
신임 경찰관의 활약상은 자취를 감췄지만 다른 경찰관들의 표창 사례는 꾸준히 보도자료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신임 경찰관과 마찬가지로 과대 포장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경찰 안팎의 지적이다.
얼마 전 표창받아 특진한 경찰은 기자와 만나 “다른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는 점을 기사에 꼭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검거 과정에서 활약하거나 뛰어난 실적을 낸 경찰이 있다면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이런 활약상이 마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처럼 왜곡하거나 지나치게 미화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영웅’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찰들의 활약상 공개도 보다 투명해지길 기대한다.
윤희은 지식사회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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