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란 용어는 디자이너 특유의 사고 흐름이나 문제 해결 방식을 빗대어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먼저 통용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을 내포하고 있는 문제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최종 고객이 경험하게 될 해결책 중심으로 창의적인 대안을 세워 나가는 혁신 프로세스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진화했다. 고객 가치와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최근의 경영 환경과 디자인 사고는 매우 높은 적합성을 보인다. 기존의 문제 해결 방식이 한계에 봉착하고 디자인 사고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경쟁이 지식 기반으로 진화하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때로는 문제 자체를 명확히 정의 내리기 어려워진다. 둘째, 제품과 서비스를 통한 고객의 기본적인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된 뒤에 기업들은 어떤 새로운 가치 요소를 제공해야 할지 더욱 고민에 빠지게 된다. 셋째, 기술과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융합이 본격화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훨씬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솔루션을 도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너럴모터스(GM)가 구글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애플이 대학병원 전문의를 채용하는 사례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새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서 디자인 사고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를 재정의하고 솔루션을 단순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유통 매장의 재고 관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경우 ‘재고 관리 문제’가 아니라 ‘매장 선반에 상품이 떨어져 쇼핑에 불편을 겪는 고객 문제’로 과제를 재정의한다. 이에 따라 매장 선반에 상품이 없더라도 이를 필요로 하는 고객에서 상품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해 기존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다.
디자인 사고적 혁신 프로세스를 추구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사용자 중심주의, 신속한 프로토타이핑과 수정·개선 반복, 조기 실패와 학습 추구라는 뚜렷한 공통 요소가 존재한다.
사용자 중심주의는 사용자에 대한 철저한 감정이입이다.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를 고민하지만 책상에 앉아 논리적으로 사고만 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사용자가 있는 현장에 나가 직접 관찰하고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개발자 본인이 사용자가 돼 불편한 요소를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프로토타입을 신속히 제작해 실제 상황처럼 테스트해 보거나 아예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조기에 출시해 시장의 반응을 통해 배우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IDEO 대표인 팀 브라운은 프로토타입의 제작 목적이 프로젝트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아이디어의 강점과 약점을 배우고,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한 도구라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실패를 실패로 보지 않는, 오히려 잦은 도전과 실패를 장려하는 관점은 디자인 사고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스탠퍼드대 ?‘디스쿨(d.school)’이 프로토타입 제작 목적 중 하나로 ‘빨리 그리고 저렴하게 실패하기 위함’을 꼽는 것도 가능한 한 최소한의 자원을 투입해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보고 실패를 통해 개선이 필요한 요인들을 발견하는 데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디자인 사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혁신과 창의력 발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디자인 사고의 정의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사용자 입장을 중시하고 통합적인 사고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하는 모든 프로세스에 갖다 붙일 수 있는 모호한 개념이 아닌가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주로 새로운 개념이나 관념적인 분석 프레임 제시에 그치는 경영전략 용어와 디자인 사고는 실행력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판단된다. 디자인 사고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의 전 과정을 직접 실행해보고 개선하는 ‘행동을 통한 학습’을 중요시한다. 또 관념적 의사소통이 아니라 시각적 툴을 반드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익숙한 기업이라면 실패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디자인 사고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실체적 접근이 가능한 다양한 디자인 사고 툴과 프로세스를 적용해보고, 자사 사업과의 적합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면 미세 조정을 통해 맞춤형 혁신 프로세스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수연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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