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칼럼
김충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가치공유(CSV)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도 여러 형태로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기업의 기본적 존재 이유는 수익 추구다. 사회적 책임은 일차적 목표가 아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시민’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야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으로 기대되는 성과는 주로 기업 평판과 긍정적 이미지 제고효과다. 그러나 수익성 같은 직접적 성과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게 여러 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사회적 기여 활동을 전사적 가치로 추구할 필요가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최근의 한 연구 결과를 참고할 만하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 임원이나 전문가의 회의적인 시각과는 달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평판이나 이미지 제고뿐 아니라 제품의 질이나 성과 등의 평가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둘째, 이런 효과는 소비자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 카테고리에 대한 친숙성이 낮을수록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평가, 인식이 모호할 경우 효과가 더 높다는 뜻이다. 셋째, 이런 효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동기가 순수한 자선이나 기여보다는 자사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식될 때 효과가 저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제품이나 서비스 질에 대한 긍정적 평가 효과는 소비자가 실제 제품을 관찰하고 경험하는 경우에도 효과가 나타날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착한 기업’이 ‘나쁜 기업’보다 호감을 얻는 후광효과 때문이다. 후광효과는 음식 소비나 정치,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 최근 한국 기업도 다양한 사회적 책임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 평판과 이미지 제고뿐만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긍정적 평가도 얻게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위기상황에 대처하거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질 평가를 위해서도 사회적 책임 활동은 필요하다. 다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업 총수의 비리 같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부랴부랴 재산기부나 공익재단 설립 등을 통해 면죄부를 얻으려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반면에 최근 2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행보는 이 회사가 내세우는 ‘진심이 짓는다’는 캐치프레이즈와 맞물려 그 순수성이 배가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필요하지만 방법과 시기 등에 따라 효과는 달라진다. 특히 기업 평판과 이미지 제고를 넘어 품질의 우수성과 연계하려면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김충현 <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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