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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라이프] 홍순직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직접 고객 만난다는 원칙 지켰더니 성과 절로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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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오피스

고객 마음 먼저 헤아리는 '디테일 경영'이 롱런 비결



[ 김순신 기자 ] 공직서 삼성으로
부친 치료비 벌려고 삼성 입사
이건희 회장과 5시간 면접
신경영 비디오 56편 매일 봐
고객주의 철학, 삼성서 완성

삼성서 대학 총장으로
삼성 임원 거쳐 전주비전대行
화장실 청소부터 솔선수범
기업 맞춤형 학습으로 혁신
정원미달 대학서 취업률 2위로

다시 公기관 회장으로
스마트공장 컨설팅 모델
완성해 해외 수출 추진
“회장인 내가 직접 발로 뛰어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만들 것”

토요일인 지난달 31일 오전 7시. 서울 광화문 한국생산성본부(KPC) 본사 건물 12층 대회의실에 도시락 20개가 배달됐다. 홍순직 한국생산성본부 회장(69)이 취임 직후부터 매주 진행하는 ‘토요 업무 점검 회의’가 시작됐다. 임원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이 아침 도시락을 먹으며 시작한 회의는 오후 3시?돼서야 끝났다. 공공기관은 물론 사기업에서도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홍 회장은 “지난해 12월 생산성본부 회장으로 취임한 뒤 평일 업무 시간은 고객의 것이라는 마음으로 매주 토요일을 반납하고 일해 왔다”며 “회장과 임원들이 고객을 만나려고 직접 발로 뛰어야 회사가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몸이 고되더라도 고객을 직접 만난다는 원칙을 지킨 것이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며 오래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성공의 비결은 ‘고객 중심’

홍 회장은 20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다. 삼성그룹 임원으로 15년을 일했고 대학총장을 거쳐 지난해 생산성본부 회장까지 맡았다. 이력으로 따지면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다. 성공 비결을 묻자 “어느 분야건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필요를 파악하고 고객이 요청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고객제일주의’라는 경영 철학은 삼성그룹에서 임원 생활을 통해 완성됐다. 1975년 공직 생활을 시작한 홍 회장은 1995년 산업통상부 전기과장(부이사관)을 끝으로 삼성으로 전직했다. 때마침 삼성은 그룹의 순혈주의 타파를 위해 공직자를 대거 스카우트하고 있었다. 홍 회장은 “부친이 암에 걸려 병수발을 들다가 치료비도 못 낼 상황이어서 돈을 벌기 위해 삼성에 갔다”고 말했다. 그는 3남3녀 중 장남이다.

그는 고위 공직자 출신으로 삼성에 들어간 첫 임원이 됐다.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5시간30분간 단독 면접시험을 치른 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로 입사했다. 그는 입사한 뒤 1년 동안 경기 용인의 삼성 인재개발원에서 이건희 회장이 직접 설명하는 ‘신경영’에 관한 비디오 56개를 매일같이 돌려봤다. 홍 회장은 이 기간이 ‘공무원 물’을 빼고 민간 기업인의 자세를 배운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지금도 기억하는 이건희 회장 신경영 테이프의 한 토막. “옷가게에 그냥 구경하러 온 손님에게는 종업원이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아야 한다.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면서 부담을 주지 않아야 옷을 고를 수 있다. 또 고객이 옷을 산다고 했을 때 가장 비싼 옷부터 보여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100만원짜리 양복을 사러 온 손님은 50만원짜리 옷부터 보여줘야 나중에 100만원짜리 옷이 마음에 들어 사게 된다.” 홍 회장은 “이건희 회장은 고객의 마음까지 디테일하게 챙겼다”며 “이 회장의 고객제일주의는 나의 경영 원칙이 됐다”고 설명했다.

발로 뛰며 취업률 높여

삼성자동차 전무, 삼성SDI 부사장 등을 거치며 잘나가던 그는 2010년 돌연 전주에 있는 전주비전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홍 회장은 평소 다니던 온누리교회 담임목사의 권유를 받자 미련없이 삼성그룹을 그만뒀다. 그는 어려움을 겪는 대학을 살리는 것이 소명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2010년 전주비전대의 취업률은 50%. 전국 140여개 전문대학 중 104위였던 정원 미달인 학교였다.

총장 취임 직후 그는 학생들을 뽑는 기업들이 바라는 인재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학생 화장실 청소. 본인이 철수세미를 들고 학생 변기를 손수 닦았다. 교수들에게도 실습실 내부와 실험기자재를 닦자고 제안했다. 대기업은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현장을 청결하게 정돈하는데, 더러운 실습실에서 공부한 학생을 어떻게 입사시킬 수 있느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홍 회장은 대학에 삼성반, LG반, 두산반 등을 개설해 저녁시간에 취업 맞춤형 학습을 시작했다.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 면접하는 날에는 전세버스를 타고 직접 학생들을 인솔해 함께 기업을 찾았다. 총장이 직접 가서 회사에 눈도장을 찍으면 기업 측에서 한 명이라도 더 뽑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1년에 구두 뒷굽을 세 번이나 갈 정도로 많은 기업을 찾아다녔다.

홍 회장은 “총장과 교수들이 우리 학생을 뽑아준 기업에 직접 찾아가서 ‘졸업생이 뭐가 부족한지 말씀해 주시면 다음 학기에 반영하겠다’고 말하자 기업들이 우리 학교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며 “이런 노력을 수년째 이어가자 ‘인재를 믿고 뽑아도 되는 대학’이라는 평판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전주비전대의 지난해 취업률은 전국 전문대 평균인 61.4%보다 26%포인트나 높은 87.4%로 전국 2위를 기록했다.

1주일에 2~3일은 지방 출장

홍 회장은 한국생산성본부에서도 고객 중심 경영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취임 이후 10개월 동안 고객을 만나기 위해 지방을 찾은 횟수만 100여회나 된다. 1주일 중 2~3일은 지방을 돌아다닌 셈이다. 홍 회장은 “대학 컨설팅이 많아지면서 지방 출장도 늘었다”며 “앞으로도 고객을 만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幄?중소기업들의 스마트공장 건설을 촉진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스마트공장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생산성본부의 설립 취지와도 맞아떨어지는 사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홍 회장은 “한국의 대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견주어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지만 대기업의 1·2차 하청업체인 중소기업들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30% 수준밖에 안 된다”며 “스마트공장 컨설팅 모델을 완성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성장 비결을 컨설팅 모델로 개발해 해외에 진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홍 회장은 “인류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고도성장을 거둔 한국의 성공 비결을 배우려는 국가가 많다”며 “1957년 설립돼 한국 경제의 성장을 도운 한국생산성본부는 맥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이 못 가진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장인 내가 발로 직접 뛰어서 한국생산성본부를 글로벌 컨설팅 회사 못지않은 지식수출 집단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홍순직 회장 프로필

△1946년 경북 김천 출생 △동국대 경영학과·대학원 졸업, 경영학 석사 △인천대 경영학 박사 △산업통상부 부이사관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삼성자동차 전무 △삼성SDI 부사장 △삼성SDI 고문 △전주비전대 총장(2010~2014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장(2013년 6월~) △한국생산성본부 회장(2014년 12월~ )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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