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한 자구 가로막아
영업익 반토막 난 금호타이어
노조 한달 여 파업에 매출 급감
[ 도병욱 기자 ] 노동조합이 기업 간 구조조정만 발목을 잡는 게 아니다. 일부 대기업 노조는 기업 내 자발적인 구조조정도 가로막고 있다. 어려움에 빠진 기업이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을 시도했으나 노조 반대에 막혀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49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런데도 이 회사 노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파업을 강행했다. 회사가 제시한 임금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회사는 지난해 1분기부터 지난 3분기까지의 적자규모만 4조5105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라 임금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설득했지만, 노조는 기본급 12만7560원(6.77%)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노조는 “회사가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을 처분하면 급여를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조선사들의 대규모 적자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음모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도 해본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올해 1~3분기에만 4조3003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으로부터 4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하는 대우조선해양에서도 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대했다.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하기 전에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파업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노조는 “정당한 파업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요구에 응할 수 없다”며 처음엔 반대했다. 채권단이 “노조가 동의서를 끝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도 검토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오자 뒤늦게 동의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산직 감원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노조원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채권단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직원 수를 현재 1만3000명에서 2019년 1만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1인당 900만원 수준의 격려금을 받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올해 39일간 파업을 단행했다. 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99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985억원)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지만, 노조는 8.3%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다. 파업이 장기화되자 노조는 300만원 이상의 일시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받지 못한 임금을 보전해 달라는 주장이다. 그러는 사이 회사는 약 15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금호타이어가 경영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노조가 다시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외 변수도 안 좋은 상황에서 실적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 ?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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