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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내우외환' 제조업…사상 처음 매출액 뒷걸음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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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제조업…사상 처음 매출액 뒷걸음질

◆위기의 제조업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이 전년도(2.1%)에 비해 크게 둔화한 1.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 부문 매출은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27일 금융보험업 이외의 영리기업 53만641개(제조업 12만2097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 10월28일 한국경제신문경제


☞ 대한민국 제조업이 위기라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저만치 달아나고 중국은 벌써 턱밑까지 쫓아왔는데 기업들의 활력은 시들하다. 5년후, 10년후 대한민국은 뭘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해도 부족할 판에 일부 사회 지도층에 앞장서 기업가 정신을 꺾는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1997년처럼 경제위기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제조업의 위기는 매출이 사상 처음 뒷걸음질쳤다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 등은 플러스 성장을 했다. 우리 기업과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畸뮌뵉敾?국내 53만64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 2.1%에서 지난해 1.3%로 크게 떨어졌다. 총자산 증가율은 4.6%에서 4.3%로, 유형자산증가율은 5.6%에서 4.1%로 각각 전년보다 둔화됐다. 이가운데 특히 12만2097개 제조업체의 경우 매출액 증가율이 2013년 0.5%에서 2014년 -1.6%로 떨어졌다.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한국은행이 기업경영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1년 이래 처음이다.

업종별로는 기계·전기전자가 2013년 3.8%에서 지난해 -5.5%로 떨어졌고 비금속광물은 같은 기간 -0.6%에서 -3.1%로, 석유·화학은 -0.7%에서 -1.6%로 하락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 0.3%에서 지난해 -0.4%로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중소기업의 경우 5.6%에서 4.4%로 떨어졌다.

수익성도 나빠졌다. 조사대상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13년 4.1%에서 지난해 4.0%로 떨어졌다. 1000원 짜리 상품을 팔았을때 이익이 40원에 그쳤다는 뜻이다. 영업이익률도 한은이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저다. 특히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4.2%로 2013년 5.3%보다 무려 0.9%포인트 떨어졌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이 4.7%에서 4.4%로 떨어졌고, 중소기업은 3.2%에서 3.1%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나빠진 수치다. 2008년 영업이익률은 5.0%이었고 2009년의 경우 4.6%를 기록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성장성(매출액 증가율)과 수익성(영업이익률)이 모두 악화되면서 지난해 국내 기업 3곳 중 1곳은 수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가운데 이자보상배율?1배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32.1%로 2013년(31.3%)보다 0.8%포인트 뛰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1배 미만이라면 장사를 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자보상배율이 0 미만 기업의 비중도 지난해 26.5%로 2013년 25.4%에서 증가했다. 100개 기업 중 26개 기업은 적자라는 얘기다.

올들어서도 이런 제조업 퇴보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1~3월) 제조업 매출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5.7%, 2분기(4~6월) -6.3%로 감소폭이 더욱 깊어졌다.

이처럼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뭘까?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의 부진, 엔화 약세(엔저)를 앞세운 일본 업체들의 약진, 유로존의 양적완화 정책 등 대외 환경이 나빠진 탓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론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가로막는 꽉막힌 규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조정과 개혁조치의 부진, 심각한 반기업 정서 등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정부와 정치권은 업계와 손잡고 ‘타도 대한민국’을 외치며 IT(정보기술),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전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한국이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입을 위해 국유기업을 앞세워 2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 미국 회사(샌디스크)도 사들였다. 하지만 우리의 일부 정치권은 ‘대기업 = 악(惡)’이라는 반기업 정서를 부추긴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느 기업이 사업할 의욕이 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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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목 잡는 정치권의 반기업 정서

◆EDCF법 개정과 반기업 정서

개발도상국이 진행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법 개정안이 지난해 5월 국회에 상정된 이후 1년 반이 넘도록 처리되지 않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대기업에만 좋은 일”이라는 반기업 정서를 잣대로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현행 EDCF 기금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개도국의 수천억원짜리 개발사업은 중국 등 외국 기업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 10월26일 한국경제신문

☞ 우리 경제의 발목을 붙잡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반기업 정서’다. 특히 일부 정치권과 교육 종사자의 반기업 정서는 사회발전을 해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일부 사회 지도층의 생각이 얼마나 상식과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들 수 있다.

EDCF(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는 대한민국이 개도국의 경제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1987년 설립한 유상원조 정책기금이다. 지난해말까지 52개 개도국의 337개 개발사업에 11조6478억원의 원조자금 지원을 승인했다. 이 자금을 통해 외국에 원조를 하면서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돕는다.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기금을 우리와 똑같은 형태로 운용한다. 개도국을 돕는 좋은 일을 하면서 이 자금을 활용해 개도국이 사업을 할 경우 자국 기업이 참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측면 지원한다.

EDCF법 개정안은 지난해 5월초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됐다. 현행 법으로는 EDCF 재원을 국가 재정에만 의존해야 한다. 규모가 작고 지원방식도 장기 저금리 차관 위주여서 개도국 지원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민간 재원을 활용해 유상원조를 늘려 우리 기업의 개도국 진출 기반을 강화하자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EDCF의 건당 지원금은 5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28개 사업에 1조4137억원 지원(건당 평균 504억원)이 승인됐다. 중진국 등이 진행하는 수천억원짜리 대형 프로젝트는 현실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 그 여파로 한국 기업은 개도국의 대형 개발사업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간다가 정유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한국 정부에 전체 사업비 40억달러 중 5억달러에 해당하는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로선 재원이 한정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법 개정안은 EDCF의 대형 프로젝트 참여를 늘릴 수 있도록 EDCF 수행기관인 수출입은행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개발금융에 나설 수 있는 길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해외 사업이 많은 대기업만 수혜를 볼 것이라는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5월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 소위는 이후 이렇다 할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을 설립해 자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으며 일본은 총리가 경제 외교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간다며 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고는 뒤틀려도 한참 뒤틀려 있다.

대기업은 우리 기업이 아닌가? 미국의 애플은 영업이익률이 30~40%에 육박한다. 삼성전자의 서너배를 웃돈다. 애플은 제조공장이 없어 전 세계에 하청을 주고 있다. 애플이 한국 기업이었다면 어땠을까? 중소 하청업체를 착취해 그렇게 많은 이익을 냈다며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이게 우리의 현주소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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