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공급률 조정
온·오프라인 매장에 동일 적용
출판계 "전향적인 결정 환영"
[ 박상익 기자 ]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가 출판사로부터 인터넷서점에 책을 공급받는 가격을 인상한다. 교보문고는 “내년 1월1일부터 출판사에서 책을 공급받는 가격의 정가 대비 비율인 공급률을 인터넷 및 오프라인 매장에 동일하게 적용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책을 평균 5%포인트가량 낮게 책정했던 인터넷교보문고의 공급률을 올리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출판사와 서점 간 갈등 요인이었던 공급률 분쟁이 어느 정도 해결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른 대형 인터넷서점의 공급률 조정 여부도 관심사다.
교보문고가 맺은 공급률 계약은 출판사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인터넷교보문고는 60%, 오프라인 매장은 65% 정도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이를 오프라인매장의 공급률로 일원화하겠다는 게 교보문고의 방침이다. 가령 독자가 정가 1만원인 책을 인터넷교보문고에서 주문하면 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가격이 6000원에서 6500원으로 오른다. 그만큼 출판사에 이익이다.
인터넷 서점이 생기기 전까지 출판사의 공급률은 대체로 70% 정도였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들이 “독자에게 할인 판매를 하기 때문에 공급가를 낮춰달라”고 요구해 공급률이 지속적으로 내려갔다. 출판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60~65%로 공급률이 떨어졌다. 신생 출판사나 팔다 남은 책을 반품하지 않는 조건으로 공급받는 매절의 경우 공급률이 50%대로 내려가는 일도 적지 않았다.
공급률을 둘러싼 상황이 변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마일리지와 경품 등 간접할인을 포함한 책값 할인폭이 정가의 19%에서 15%로 줄었다. 1만원짜리 책을 8100원에 팔던 온라인 서점들은 8500원에 팔게 돼 400원의 추가 이득을 보게 됐다. 이에 따라 출판계는 “도서정가제 개정 시행으로 서점의 이익이 늘어난 만큼 공급률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특정 서점에 책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출판사까지 나올 정도였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공급률 조정은 회사가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지만 출판계 상생을 위해 결정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교보문고는 또 출판사에 책 대금을 일부 어음으로 지급하던 관행을 깨고 전액 현금으로 결제하기로 했다. 3개월인 어음 결제일을 어긴 적이 없지만 당장 현금이 필요한 중소 출판사를 배려하고자 하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출판계는 교보문고의 이 같은 결정을 반기고 있다.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사회평론 대표)은 “출판사들이 개별적으로 서점에 공급률 조정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향적인 결정을 내린 교보문고의 뜻을 존중한다”며 “공급률이 조정되면 출판 永?책값을 내리거나 더 좋은 콘텐츠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계는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등 다른 인터넷서점도 공급률 조정에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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