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새 성장축
꺼져가던 벤처 투자 불씨 살려
10년간 6500여개 기업에 투자
144곳 코스닥 입성·75곳 M&A
[ 오동혁 / 김익환 기자 ]
정부는 2005년 국내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목적으로 한국벤처투자를 설립했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정책기금인 ‘모태펀드’는 지난 10년간 ‘벤처생태계 조성’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벤처거품이 꺼지고 투자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됐던 2000년대 중반, 모태펀드는 벤처투자 불씨를 되살리는 1등 공신이었다. 투자재원 확보에 목말랐던 벤처캐피털에 모태펀드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창업초기’ 등 투자위험이 높은 분야도 전략적으로 육성해 많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 냈다.
다양한 목적과 규모로 조성된 모태펀드의 자(子)펀드는 현재까지 6500여곳의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이 중에선 시가총액이 수천억~수조원에 이르는 ‘스타 벤처’로 도약한 기업도 등장했다.
벤처기업 6570곳 투자
모태펀드는 벤처펀드에 돈을 나눠주는, 이른바 ‘펀드 오브 벤처펀드’다. 각 정부부처가 관련 업계 벤처기업 및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출자한 정책자금으로 구성돼 있다. 중소기업청, 문화체육관광부, 특허청 등 8개 부처가 출자해 현재 2조2271억원 규모로 운용 중이다. 한국벤처투자에서 위탁운용사(벤처캐피털)를 선정해 모태펀드 자금을 출자하면 운용사가 민간자금 등을 추가로 모집해 자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자펀드의 평균 만기는 5~7년으로 긴 편이다. 투자에서 회수에 이르기까지 장기간이 필요한 벤처투자 업계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자펀드에서 투자된 자금은 벤처기업들의 연구개발(R&D), 제품개발, 설비구축 등 기업 성장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모태펀드는 지난 8월 말까지 자펀드 385개를 조성했다. 자펀드 규모는 총 11조8610억원에 이른다. 지난 10년간 모태펀드로부터 출자받은 자펀드들이 투자한 벤처기업은 6570곳에 달한다. 투자금액은 8조5409억원이다.
모태펀드는 외부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분야’에 특히 많은 재원을 공급해왔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초기기업이다. 창업 3년 내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창업초기펀드’는 현재 1조4043억원 규모로 조성돼 있는데 이 중 88%인 1조2278억원이 모태펀드의 자펀드들이다.
이승흠 한국벤처투자 투자운용 본부장은 “모태펀드는 정책목적에 따라 초기기업, 지방벤처기업 등 민간투자자가 투자를 꺼리는 곳에 많은 재원을 공급했다”며 “올해는 관광·스포츠 계정을 신설해 관련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등 ‘스타벤처’ 육성 밑거름
모태펀드가 10년간 뚝심있게 벤처투자를 이어온 결과 최근 들어 실질적인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모태펀드의 자펀드로부터 투자받은 기업 가운데 현재까지 144곳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75곳은 국내 및 해외 업체에 인수합병(M&A)됐다. 현재까지 청산된 자펀드들의 평균 연간환산수익률(IRR)은 9%에 육박한다. 최근의 저금리 기조를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수익률이다.
모태펀드의 투자를 받아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다음카카오, YG엔터테인먼트 등이 꼽힌다. 모태펀드의 자펀드들은 두 기업에 각각 수십억원대의 투자를 했지만, 몇년 만에 결국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회수했다.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업체 파티게임즈가 지난해 11월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자펀드로부터 43억원을 투자받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업체 록앤올(김기사)은 지난 5월 다음카카오에 655억원에 팔렸다.
모태펀드가 자펀드 청산을 통해 회수한 자금은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 ‘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벤처기업을 육성할 것”이라며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해외 및 민간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모태펀드
정부가 정책자금을 특정 벤처기업이나 상품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개별 자펀드에 출자하는 펀드다. 유망 창업·벤처 기업 육성을 위해 2005년 6월 출범했고 한국벤처투자가 운용을 맡고 있다. 현재 2조2271억원 규모로 운용되고 있다. 자펀드는 11조8610억원 규모다.
오동혁/김익환 기자 otto8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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