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산업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 김보라 기자 ] “불량 철근 30만t이 어디에 쓰였는지 행방도 모른다는 게 사실입니까. 우리 아파트에도 쓰였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꺼림칙하네요.”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7일자 A1면에 ‘중국산 불량 철근 KS인증 첫 취소’ 기사를 보도한 뒤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이 쏟아졌다. 국민 안전 관련 시민단체와 건설 관련 협회 등에서는 “드디어 불량 철근을 퇴출시킬 물꼬를 텄다”며 응원의 메시지도 전해왔다.
기사는 국가기술표준원이 수입된 중국 철강업체 타이강강철의 철근에서 치명적 결함을 발견해 최근 KS인증을 취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철근 무게와 휘는 정도가 기준치에 미달해 하중이나 지진을 버티는 힘이 약하다는 게 취소 사유다. KS인증은 국가가 정한 표준을 충족하는 상품에 부여하는 제도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KS인증을 받지 못하면 소비자나 기업들이 사지 않는다.
타이강강철의 불량 철근 30만t은 지난 3년간 건설 현장에서 KS인증을 달고 사용됐다.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철강재의 품질관리 사각지대가 곳곳에 많다는 점이었다.
KS인증을 총괄하는 기술표준원은 불량 철강재 문제가 수년째 지속됐는데도 본격적인 조사를 실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KS인증은 갱신 의무도 없기 때문에 일부 철강회사는 1960년대에 받은 KS인증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관세청은 현재 전기용품, 어린이 공산품만 통관 전 품질검사를 할 뿐 철강재는 대상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역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총 공사비 5억원 이상인 토목공사, 총 공사비 2억원 이상인 전문공사 등에만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KS인증 철근 사용이 건축물 안전의 시작’이라고 해왔던 기술표준원은 기사가 나간 뒤 “KS인증 취소가 딱히 건물의 안전을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리콜 일정은 없다”고 했다.
올 들어서만 중국에서는 지린성 아파트, 저장성 신발공장, 구이저우성 아파트 등 건축물 붕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집은 정말 괜찮은 걸까.
김보라 산업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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