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이저 시즌 2승…상금·다승왕 등 유력
의리 지킨 박인비는 공동 2위 '부상 투혼'
[ 이관우 기자 ]
18번홀 홀컵은 1㎝ 옆에 붙은 공을 끝내 받아주지 않았다. 투어 9년차인 ‘기부천사’ 김해림(26·롯데)의 첫승은 그렇게 날아갔다. “우승하면 상금(1억4000만원)을 모두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겠다”던 그의 약속도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우승 세리머니’는 전인지(21·하이트진로)의 차지가 됐다. 국내 투어 최다승인 시즌 5승, 메이저 2승째다. 상금왕과 다승왕을 위한 유리한 고지도 선점했다.메이저 강자 전인지는 25일 경기 광주 남촌CC(파71·6571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B금융스타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를 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 대회는 KLPGA 투어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다. ‘골프여제’ 박인비는 이번에도 국내 투어 ‘무관(無冠)’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메이저 퀸’ 전인지, 막판 뒤집기
이날 김해림에게 3타 뒤진 8언더파로 4라운드를 맞은 전인지는 전반에 버디 2개, 보기 1개를 쳐 보기만 2개를 범한 김해림과 공동선두로 따라붙으며 우승 시동을 걸었다. 후반에는 까다로운 12번홀(파3)과 16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김해림을 1타 차로 따돌렸다.
마지막 18번홀에선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숲 속으로 들어갈 뻔한 공은 경기를 마치고 갤러리로 나온 후배 하민송(19·롯데)을 맞고 카트 도로로 굴러 내려오면서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전인지는 “하민송이 경기가 끝난 뒤 다가와 ‘맛있는 것 한턱 내라’고 말해 그때야 알았다. 진짜 한턱 내겠다”며 웃었다. 올 시즌 국내외에서 8승을 거둔 전인지는 메이저 대회에서만 5승(한국 2승, 일본 2승, 미국 1승)을 올려 ‘메이저 여왕’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총상금을 9억1057만원으로 늘린 그는 6억4293만원을 쌓은 2위 박성현(22·넵스)과의 격차를 2억6764만원으로 벌려 놨다.
반면 김해림은 후반 버디 2개, 보기 2개를 맞바꾸며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다잡았던 우승컵을 전인지에게 내주고 말았다. 특히 마지막 홀에서 두 번째 어프로치 샷을 그린에도 올리지 못하는 등 첫승에 대한 압박감이 컸다. 김해림은 3년 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2011년까지 2부 투어에서 활동해온 김해림은 그동안 상금 일부를 남몰래 기부해왔다. 지금까지 쾌척한 기부금이 1억원을 넘어 KLPGA 투어에서 유일하게 1억원 이상 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박인비, 손가락 부상에 발목
박인비는 후원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인 푸본LPGA타이완챔피언십 출전을 포기하고 이 대회에 참가했다. 이에 따라 푸본타이완챔피언십에 출전한 리디아 고에게 세계랭킹 1위를 내줬으나 ‘의리’를 지킴으로써 ‘명분’을 얻게 됐다.
막판까지 선두를 추격했던 이정민(23·비씨카드)이 7언더파로 단독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광주=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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