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지지율 30% 이상 땐 주가 상승
불확실성 기피하는 투자자, 정책 일관성과 개혁의지 등
정부 리더십으로 투자 판단
[ 안상미 기자 ] “정부의 지지율을 보면 주가가 보입니다. 일본 증시가 추가 상승하려면 아베 신조 총리의 지지율이 더 올라야 합니다.”
지난달 일본 현지 자산운용사인 미쓰이스미토모는 일본 증시를 전망하면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과거 일본 닛케이225지수 흐름이 당시 내각의 지지율과 비슷한 움직임을 나타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정부 정책이 주가 부양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주가 상승 이끈 ‘아베 개혁’
이 자료에 따르면 내각별로 일본 증시의 상승률은 제각각이었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의 내각 지지율 자료를 토대로 닛케이225지수와의 상관관계를 보면 1998년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 내각부터 2015년 10월 현재 아베 신조 내각에 이르기까지 17년간 총리 지지율과 주가지수 흐름은 동조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지지율이 10~20%대로 추락한 집권 후반기 내각의 닛케이225지수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2010년 글로벌 증시는 가파르게 올랐지만 일본 주식시장은 ‘부진의 늪’을 허우적거렸다. 당시 내각인 아소 다로(2008년 9월24일~2009년 9월16일), 하토야마 유키오(2009년 9월16일~2010년 6월8일)의 집권 초기 지지율(50%대)이 몇 달 만에 10~20%대로 단기 급락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대로 정권 후반까지 30~50%대 지지율을 유지한 고이즈미 준이치로(2001년 4월26일~2006년 9월26일), 노다 요시히코(2011년 9월2일~2012년 12월16일) 내각에서 주가지수는 1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쓰이스미토모 관계자는 “아베 정권 이전에 성공한 내각으로 평가받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지지율이 말기까지 50%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당시 규제 완화, 산업구조 개혁 등에 따른 경제 회복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지지율과 주가가 동시에 고공행진을 벌였다”고 말했다.
외국인 “정부 리더십도 비교 대상”
2012년 12월 두 번째 집권에 성공한 현 아베 내각의 닛케이225지수의 상승률은 78.24%에 이른다. 양적 완화 통화정책, 재정확대, 구조개혁 등 3개의 화살을 앞세운 ‘아베노믹스’가 힘을 발휘, 엔저에 따른 기업 실적이 두드러지면서다. 취임 초 지지율은 60%대를 내달렸다.
하지만 지난달 안보 관련법 개정과 함께 세 번째 화살인 경제 구조 개혁 효과가 부진한 탓에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30%대로 추락했다. 20,000선을 넘어섰던 닛케이225지수도 20%가량 급락했다. 이달 초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로 다시 40%대를 회복했다. 지지율과 함께 주가도 이달 들어 5%가량 뛰어올랐다.
이 같은 양상을 한국에 직접 대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한국 주식시장이 일본과 달리 대외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 정책의 일관성 등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은 경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의 불확실성을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투자자들로선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리더십을 판단 지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측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의 리더십을 불가피하게 비교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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