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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정주영 탄생 100년] "북한 설득해 올림픽 유치 방해공작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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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한국호, 다시 기업가 정신이다 (4) 정주영과 국가

내가 만난 아산
이연택 새만금위원회 위원장



[ 김보형 기자 ]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일에 북한이 방해하면 어쩌나 걱정하며 총회장으로 갔더니 이미 북한 대표단이 입구에 서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총회에 입장하는 IOC 위원들에게 한국을 비방하는 등 훼방을 놓을까봐 가슴이 철렁했어요.”

대한체육회장을 지낸 이연택 새만금위원회 위원장(79·사진)은 1981년 9월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제24회 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 총회일의 팽팽한 긴장감을 생생하게 전했다. 국무총리실 제1행정조정관으로 서울올림픽 유치 작업을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할 때였다.

이 위원장은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이 북한 대표단에게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나는 정치를 싫어하지만, 이건 남북의 문제가 아니고 한·일 간의 경쟁인데 북측이 보이지 않는 방해를 하려는 건 같은 민족으로서 온당한 일이 아니지 않으냐. 아쉽고 서운하다’며 말을 건네자 북한 대표단이 크게 당황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북한 대표단이 정 회장과 대화를 ご㈃?사이에 다른 나라 IOC 위원들이 속속 회의장으로 들어갔고 올림픽 유치를 방해하려는 북측의 계획은 실패했다. 이 위원장은 “알기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정 회장의 말을 들으면서 화법이 범상치 않다고 느꼈다”고 했다.

재정적자 문제로 88서울올림픽 유치를 반대하던 세력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데도 정 회장의 역할은 컸다. 이 위원장은 “정 회장은 ‘도로와 지하철 등 도시 인프라 건설은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며, 선수촌은 민간자본으로 아파트를 지어 팔아놓고 올림픽에 먼저 활용하면 실제 올림픽에 들어가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의 말처럼 서울올림픽은 20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냈다. 아산은 현대건설의 오너였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88서울올림픽과 관련한 그 어떤 건설공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정 회장은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실천한 애국자”라고 평가했다.

■ 특별취재팀=박준동 차장(팀장) 정인설·도병욱·강현우·김순신 산업부 기자 이태명 금융부 기자, 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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