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라인 1명만 교체
한·중·일 정상회의 등 외교안보 현안 많아
주 수석 교체로 '매듭'
[ 장진모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개각과 함께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교체한 것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의 핵심 기술 이전 무산과 관련해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 수석은 KF-X 기술 이전 무산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이전에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4월 미국으로부터 핵심 기술 이전 불가 통보를 받았으나 6월에야 청와대에 보고했고, 그 이후에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주 수석이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외교안보수석을 교체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사의 수용을 보류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 수석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가운데 박 대통령 취임 때부터 일해온 유일한 ‘원년 멤버’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외교안보수석 교체와 함께 이번 방미 때 ‘굴욕 외교’ 논란을 빚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문책론도 흘러나왔다. 한 장관은 지난주 박 대통령이 출국하기 직전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과 만나 KF-X 기술 이전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대통령 방미에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카터 장관으로부터 ‘기술 이전 불가’ 방침을 통보받았다. 한 장관이 미국의 핵심 기술 이전 거부 방침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문제를 키워 오히려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희석시켰다는 지적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한 장관을 유임시켰다. 여권 관계자들은 “북한이 언제라도 전략적 도발을 할 수 있는 등 한반도 정세 유동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이런 때 국방장관을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한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히 두텁다”고 했다. 백승주 국방차관의 교체는 내년 4월 총선 출마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물갈이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수석을 문책하는 선에서 매듭을 지었다.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서울에서 예정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향후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 등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외교안보라인과 관련해 제기된 모든 책임을 주 수석이 혼자 지고 떠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외교부는 주 수석의 사퇴로 인해 고위 간부들이 연쇄 승진하게 됐다.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외교안보수석으로 영전했으며 그 자리를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이어받았다. 외교부 1차관에는 임성남 주영국대사가 승진 임명됐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김 신임 수석은 지난 2월부터 김 실장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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