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학한림원 20주년…공대 출신 CEO들의 '공학 한마당'
권오준·윤종용·신미남 씨 등 "공학은 매우 매력적인 진로"
학생·학부모 1700여명 몰려…역대 수상자 캐리커처도 전시
[ 박근태 기자 ] “여러분, 공학이 사회를 어떻게 바꿀까요?”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 5층. 북적거리는 복도를 지나 낯익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이현순 두산 부회장,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신미남 두산퓨어셀 사장 등이다. 연단에 오른 CEO들은 각자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개하며 공학을 선택한 배경 등을 얘기했다.
홍일점인 신미남 사장은 “어린 시절 마리 퀴리를 좋아했지만 부모님은 돈도 잘 벌고 존경도 받았던 의사를 하라고 하셨다”며 “좋아하는 과학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존경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하다가 공학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한 명이 수백 명을 살리고, 의사 한 명이 수천 명을 살린다면 공학자는 수억 명을 살린다”며 “공학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했다.
CEO들은 공학이 ‘매우 매력적인 진로’라고 소개했다. 이현순 부회장은 1984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첫 국산 엔진 개발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모두가 엔진 국산화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성공했다”며 “창의성과 성공 의지만으로 남이 하지 않은 일을 해볼 수 있는 유일한 학문”이라고 말했다. 대학 3학년 때 창업한 조현정 회장은 “공학을 해서 큰돈을 번 사람은 봤어도 의학, 법학으로 수조원을 만진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현재와 미래를 다루는 공학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공학한림원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마련한 이날 공학 한마당 행사는 공대 출신 CEO들이 직접 나서 초·중·고와 대학에 다니는 미래의 공학 꿈나무에게 공학의 유용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이공계 기피현상을 바로잡으려는 취지도 있었다. 공학계 대표 원로인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장을 비롯해 김도연 포스텍 총장,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과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김영재 대덕전자 사장,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 등이 ‘공학 일일교사’로 나왔다.
이들은 한결같이 시련과 역경을 딛고 끈기와 열정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명문대’에는 가지 못했지만 3년간 프로그램 개발에 ‘몰입’해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권오준 회장은 “작은 시련부터 극복하는 연습을 하면 큰 시련도 당당히 맞서게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CEO들과의 만남 시간에는 공학계와 산업계 대표 14명이 각각 7~8명의 고등학생, 대학생들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윤종용 위원장은 “미래 공학을 짊어질 리더가 되려면 세상에 널린 정보로 먼저 지식을 쌓고, 이것으로 자신을 지혜롭게 키우고,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대학생 오수봉 씨(서울대 재료공학부)는 “공학계의 원로부터 40~50대 CEO들까지 공학계 선배로부터 값진 교훈을 얻은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산업 발전에 공헌한 공학한림원대상 역대 수상자들을 그린 히어로 캐리커처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 등의 특별 강연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학생과 학부모 1719명이 몰렸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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