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한국의 경제성장이 국가주도에 의한 것인가, 기업주도에 의한 것인가의 적실성을 삼성의 자본축적 과정을 통하여 검증하는 박사논문을 썼다.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제 식민지 경제 속에서 삼성의 기업 활동에 대한 이해, 이승만 행정부의 정부 소유 상업은행의 민영화와 삼성의 은행주식 인수에 대한 정경유착 논쟁, 삼백(三白)산업의 호황과 삼성의 성장, 박정희 행정부의 수출주도 경제로의 전환과 이병철을 포함한 경제계의 수출주도 정책 제안과의 관계, 종합무역상사의 도입과 중화학 공업화 추진 및 성공에서 정부와 기업가의 역할 등을 연구했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과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와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두고 수많은 밤을 고민했다.
희망의 빛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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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한민국을 ‘실패한 역사’로 보는 학자들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객관적이고 엄밀한 해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객관적인 역사 해석
이영훈 교수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1945년 해방에서 1987년 민주화 시대 개막까지의 역사를 ‘성공한 대한민국 나라 만들기’라는 주제로 서술하고 있다. ‘상처투성이의 나라’로 출발한 대한민국이 1988년 민주화시대를 맞으며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자랑스러운 ‘나라 만들기’를 일단락지은 역사로 바라본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생겨난 수많은 신생국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경제적 산업화와 정치적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역사였음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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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편협한 역사 교과서만이 출판되고 읽히는 우리 현실에서 이영훈 교수의 ‘대한민국 역사’는 객관적인 역사 해석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책이다. 좌파적 역사관에서 그야말로 시원하게 벗어나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와 좌파적 사관을 실증 사관으로 극복하고 있다. 끝까지 읽고 나면 “아! 대한민국은 실패한 역사가 아니라 성공한 역사구나!”라는 것을 쉽게 알게 된다.
우리역사 치부…과감하게 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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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를 읽어 내려가면서 느낄 수 있지만 이영훈 교수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어떠한 해석에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조선은 왜 망할 수밖에 없었는가? 일제가 침략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조선은 이미 계급제도가 무너지고 농업 생산성이 크게 하락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제 식민지 지배와 근대화는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는가? 해방 이후 친일파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왜 ‘실패한’ 처벌이 아닌가를 설명한다. 남북한은 어떠한 과정으로 분단되었고, 어떠한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 국가를 만들어 갔는지를 설명했다.
해방 후 그토록 바라던 통일 민족국가는 왜 만들어지기 어려웠나? 그 이유는 “자유민주주의와 翩阮聆품?대립할 때 그것을 어떤 무엇으로도 통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친절히 설명한다. 북한은 어떠한 이유로 남한보다 먼저 토지개혁을 실시했으며, 왜 남한의 유상몰수 유상분배 토지개혁이 북한의 무상몰수 무상분배 토지개혁보다 더 농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인지, 김일성은 어떻게 스탈린의 승낙을 얻어 6.25전쟁을 일으켰으며, 전쟁 이후 김일성은 어떠한 이유와 방식으로 정적(政敵)을 제거했는지 놀라울 정도로 가감 없이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아야 했던 반통일 분단 지향 국가라고 보고 북한의 역사만을 긍정의 역사로 보는 편협한 좌파 이데올로기 사관을 통쾌하게 날려버린다. 그간 출간된 대다수의 역사서들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에 관해 “남한의 건국이 미국의 후원 하에 북한보다 먼저 건국되었으므로 이승만과 미국은 남북한 분단의 최고 책임자들”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대한민국 건국과 부국화(산업화), 민주화를 ‘나라만들기’의 관점에서 사회 통합적인 시각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영훈 교수의 설명을 원문 그대로 보면 다음과 같다.
좌우합작은 대안 못돼
“해방 후 … 좌우를 초월한 중도적 통합은 소망스럽기는 했지만 현실적 대안이 못되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미군정에 협조하고 대한민국의 건국에 참여하였다. 계급독재와 공산주의가 옳다고 믿는 사람들은 소련을 지지하고 북한의 건국에 참여하였다. 어느 방향이 옳았는지는 당대의 인간들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이후 60년 이상의 역사 ?흘렀다. 지난 60년의 세계사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그것을 국가체제의 기본원리로 채택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인간의 물질적 복지와 정신적 행복을 증진시키는 올바른 방향이었음을 보여 주었다. 모두가 골고루 잘 산다는 공산주의의 이상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은 체제였다.”
김인영 <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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