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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종로 청운문학도서관, 인왕산 자락에서 한옥 정취 느끼며 시 낭송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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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도서관


[ 박상익 기자 ]
서울 청운동과 사직동 사이에는 ‘인왕산 자락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2.4㎞ 길이의 작은 길이 있다. 자락길 시작점에 있는 윤동주문학관과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넘으면 작은 숲 속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한옥 건물이 보인다. 아래층은 서양식으로 위층은 한옥으로 지어진 외관이 독특한 이곳은 지난해 11월 문을 연 서울 종로구 작은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청운문학도서관은 옛 문인들의 향기가 남아 있는 지역 특성을 활용한 문학 특성화 도서관이다. 종로구가 추진하고 있는 인문학벨트·문학 둘레길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세워졌다. 도서관을 지을 때 인왕산의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기 위해 한옥을 선택했으며 지하 부분은 건축물 효율을 위해 철근 콘크리트 방식을 택했다. 한옥 지붕은 숭례문을 복원할 때 쓴 기와와 같은 가마에서 구운 것을 쓰고 담장에 얹은 기와 3000장은 돈의문 뉴타운 개발 현장에서 나온 것을 재사용했다.

아래층 열람실에 들어서면 9000여권의 책이 이용자들을 반긴다. 대부분 문학서다. 영국과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나온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조용히 책을 읽다 작은 테라스로 나서면 가을 햇볕과 바람과 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키즈존이란 이름이 붙은 어린이 서가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꾸몄다. 작은도서관 특성상 대규모 인문학 강연은 진행하기 힘들지만 지역 맞춤형 강좌는 꾸준히 열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특강 ‘종로愛書 종로를 묻다’는 역사, 건축, 문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종로에 관한 흥미로운 지식을 쌓는 자리로 호평받았다. 지난달에는 윤동주 시인 70주기를 맞아 ‘청년시인 윤동주를 기억하다’라는 이름의 특강도 열렸다.

위층 한옥에 들어서면 아래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작은 연못 위에 지어진 누정(樓亭)에 설치된 ‘시 낭송 감상실’에서는 김미숙, 오미희, 윤형주, 전도연 등 스타들의 친숙한 목소리로 우리 시를 감상할 수 있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음향 장비로 100여편의 시낭송 음원을 재생한다. 열람실 관리데스크 앞과 한옥채에 놓인 ‘시 항아리’에는 윤동주, 이상, 김소월, 한용운 등 유명 시인의 시가 쓰인 두루마리들이 담겨 있다. 이용자는 두루마리를 뽑아 시를 읽고, 마음에 드는 시를 가져갈 수 있다. 열람실, 세미나실 용도로 쓰이는 본채에선 독서 동아리나 종로구 주관 문학 관련 행사가 자주 열린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청운문학도서관은 공공 건축물에 문학의 향기와 한옥의 멋을 입힌 곳”이라며 “시 등 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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