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 뒤처진 한국
미국·유럽도 산업자본에 허용
[ 김일규 기자 ]
미국과 유럽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산업자본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덕분에 다양한 소유 구조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 중이다.
유럽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경영을 막는 ‘은산분리’ 규제가 없다. 건전성 차원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만 받으면 된다. 영국은 은행 보유지분이 10%, 20%, 33%, 50%를 초과할 때마다 대주주 적격성만 심사한다. 그 결과 영국에서는 유통회사가 세운 테스코은행이 활발하게 영업 중이다. 기존 소비자 기반을 적극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독일에는 자동차회사인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세운 인터넷전문은행도 있다. 이들 인터넷전문은행은 자동차금융에 특화한 영업을 한다. 기존 은행과는 차별화된 사업 모델로 모기업이나 계열사와 연계한 마케팅을 통해 특정 서비스에 집중하거나 해외 진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이른바 ‘니치 마켓’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미국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25%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허용되는 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 한도(4%) 대비 여섯 배 이상 많은 규모다. 특히 산업자본이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게 하는 ILC(industrial loan company) 제도를 통해 상당수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했다. ILC는 예금 대신 채권 위주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1억달러 이내 규모에서 자산을 운용할 때 산업자본이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런 제도 덕분에 탄생한 알리은행은 미국 내 29위 은행으로 성장했다. 이 은행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금융 계열사로 사업 분야가 오토론 등 자동차금융 서비스에 특화돼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 인터넷전문은행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해외 선진국과 달리 현행 은산분리 규제가 유지된다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을 비롯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들의 진입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업무 범위에서도 법적인 제한이 없다. 다양한 업무 개발 가능성을 열어 금융서비스 혁신을 유도하는 것이다. 유럽에는 모험자본이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도 상당수다. 영국, 독일, 핀란드 등에서 영업 중인 이들 은행은 특화된 영업모델을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산업자본은 아니지만 은행이 아닌 2금융권 회사들이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도 해외에는 많다. 증권회사가 설립한 미국의 찰스슈워브은행, 보험회사가 설립 주체인 영국 EGG은행, 네덜란드 ING다이렉트, 스웨덴 스칸디아 등이 대표적이다. 카드회사가 주인인 미국의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은행, 디스커버은행 등도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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