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사고 수리기준' 마련
[ 이지훈 기자 ] 내년부터는 자동차 범퍼가 살짝 긁힌 경미한 사고에 대해 부품을 통째로 교체하더라도 보험금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가 전체 부품 교체로 발생하는 보험금 과다 지급을 줄이기 위해 ‘경미한 자동차 사고에 대한 자동차 수리기준’을 마련 중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범퍼 사고 정도를 1~5등급으로 구분한 뒤 파손 시(5등급)에는 범퍼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하고, 약간의 스크래치 피해(1~2등급)를 봤을 때는 도장만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수리 기준에 대한 국토교통부 고시 또는 행정지도가 이뤄지면 이를 표준약관에 반영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경미한 사고에 대한 수리 기준이 따로 마련돼야 무분별하게 부품을 바꾸는 도덕적 해이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작년 8월 부산에서 발생한 단순 접촉사고 때 수입차 운전자가 부품을 통째로 교체하는 바람에 사고를 낸 운전자의 보험회사는 수리비와 렌트비를 합해 5000여만원을 부담하는 등 경미한 사고에 대한 과도한 수리비 청구가 이어지고 있다. 강계욱 보험개발원 상무는 “경미 사고 수리기준은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중요한 만큼 고시로 구속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험사기에 악용돼온 추정(미수선) 수리비 제도는 폐지된다. 추정 수리비는 피해자가 차량을 수리하지 않고 예상되는 수리비를 현금으로 받는 제도다. 수리비를 현금으로 지급하다 보니 수리를 하지 않고 현금을 챙긴 뒤 차량 번호판을 다시 바꿔 달거나 보험사를 바꿔가며 돈을 타내는 이중청구 등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당국은 자기차량손해 담보 추정 수리비를 폐지하고, 실제로 수리할 때만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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