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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치과 치료, 마음의 상처도 함께 고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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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길 - 국내 첫 장애인 전용 푸르메치과 백한승 원장

일반 치과 외면해 치아 상태 악화
봉사활동 하며 열악한 현실 눈 떠
"전국에 푸르메 지점 생겼으면…"



[ 강경민 기자 ]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센터. 1층에 있는 치과에서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인 김영민 씨(54)가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 있었다. 김씨의 치아는 한눈에 봐도 양쪽 어금니를 비롯해 군데군데 빠진 곳이 많았다. 하지만 김씨는 그동안 치과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임플란트 비용이 워낙 비싼 데다 일반 치과에선 장애인을 대상으로 치료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는 장애인복지관의 소개로 지난 5월부터 푸르메치과를 방문해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집인 경기 여주에서 거리는 멀지만 푸르메치과는 일반 치과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무엇보다 장애인에게 열려 있는 치과여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장애인 전문치과인 푸르메치과에서 치료받은 환자는 7월 기준으로 5000명을 넘었다. 비영리 공익재단인 푸르메재단이 2007년 푸르메치과를 개원한 이래 진료건수는 3만건이 넘는다. 내원환자 대부분이 지체장애(26%), 뇌병변장애(12%), 시각장애(9%), 청각장애(7%), 지적장애(7%) 등의 장애를 앓고 있다. 나머지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등 보호자다.

기자와 만난 백한승 푸르메치과 원장(38)은 “이곳을 찾는 상당수 환자는 일반 치과에서 치료를 외면당하고 마음의 상처까지 입은 장애인”이라며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치아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대 치의예과와 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백 원장은 2013년까지 개인 병원을 운영하다 지난해 초 푸르메치과 원장으로 부임했다. 30대 후반의 한창 나이에 억대 연봉을 마다하고 푸르메치과로 온 이유가 뭘까. 푸르메재단 관계자는 백 원장이 받는 연봉은 일반 기업에서 근무하는 같은 나이대 직장인의 연봉과 비슷하다고 귀띔했다.

백 원장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치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에 눈을 뜨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일반 치과가 비(非)장애인보다 치료가 오래 걸리고 신경을 많이 쏟아야 하는 장애인에 대한 치료를 꺼린다는 게 백 원장의 설명이다. 치과가 휠체어 이용이 불편하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 있는 경우도 많아 치료를 포기하는 장애인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양치하기 어려운 장애인도 많아 이미 20대에 치아 절반 이상이 손상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백 원장의 설명이다.

대부분 장애인이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또 다른 이유다. 백 원장은 “틀니 치료를 위해 5년 동안 진료비를 모으는 장애인 환자도 많다”며 “치아상태가 나빠진 채 장기간 방치하면서 결국 임플란트 등 고가의 치료를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푸르메치과는 병원을 찾는 장애인에게 치료비의 최대 40%를 지원하고 있다.

백 원장의 꿈은 전국 각지에 푸르메치과 지점을 내는 것이다. 그는 “더 많은 중증장애인이 환한 미소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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