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국은 괜찮다' 내용 일색
'인건비 싼 곳서 만든 부품 미국에 수출해도 관세 면제'
차업계 최대 걱정 '외면'
[ 김재후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7일 예정에 없던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주제는 최근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총 10장짜리 자료엔 향후 정부의 대응방안 등이 담겼다. 특별한 건 없었다.
원론적인 내용이었다. 자료의 나머지 대부분은 “한국은 괜찮다”로 채워졌다.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는 중이며, TPP 발효 후에도 관세 철폐 혜택을 지속적으로 향유할 전망이고….” 한국이 빠진 채 TPP가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부의 실기(失機) 논란이 일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료를 서둘러 배포한 것이다.
산업부가 방어에 가장 신경을 쓴 품목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었다. 산업부는 자료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부품 관세(2.5%)는 우리의 경우 한·미 FTA 발효 시 전 품목에 대해 즉시 철폐됐으나, 일본은 TPP가 발효되더라도 80%의 품목만 즉시 철폐될 것으로 알려졌다”며 “자동차도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우리는 내년부터 관세(2.5%)가 완전 철폐되는데, TPP는 장기간(25년)에 걸쳐 철폐되도록 돼 있다”고 했다. 간접적으로 TPP 효과를 깎아내린 것이다.
이런 설명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초점이 어긋났다. 한국의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업체들이 두려워하는 건 관세 철폐가 아니라 ‘누적원산지적용 규정’이다. 이 규정으로 일본 자동차 회사나 부품회사가 TPP 가입국이면서 인건비가 싼 베트남이나 멕시코 등에 공장을 지어 미국 시장에 수출해도 관세가 없어진다.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가 “TPP 타결로 독일이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미국 캐나다 멕시코 공장에서 조달하는 부품을 독일, 일본 제품으로 돌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까닭이다.
그런데도 산업부가 이날 배포한 참고자료엔 누적원산지 규정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었다. 섬유 부문에 딱 한 줄 등장했다. 그나마도 “TPP 누적원산지 규정 활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설명이 전부였다. 큰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피해 당사자’인 자동차부품업계 반응은 달랐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지적이 주류였다. 업계의 걱정이 과도한 걸까, 산업부 전망에 오류가 있는 걸까.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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