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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커질수록 번창하는 美 총기업계 '규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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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2007년 4월 16일, 2012년 12월 14일, 2015년 10월 1일. 모두 미국서 대형 총격사고가 일어난 날이다. 공교로운 점은 총격사건의 피해가 크고 총기 규제에 대한 여론이 커질수록 총기판매는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2007년 4월에는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 있는 버지니아 공대 캠퍼스에서 한국계 이민 1.5세 조승희의 총기 난사로 32명이 숨졌으며, 2012년 12월에는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 20세 청년 애덤 란자가 총격을 가해 6~7세 어린이 20명과 학교 직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1일에는 오레곤 로스버그의 움프콰 커뮤니티대학에서 크리스 하퍼 머서가 총격으로 10여명이 세상을 떠났다.

게다가 총기사건이 최근 들어 빈번해지면서 지난 2013년은 연간 기준으로 미국의 총기판매가 사상 최고기록을 세웠다. 직전인 2012년 12월 발생한 ‘샌디혹 사건’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분석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총기 판매를 하는 래리 하얏트는 FT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TV에 나와 총기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앞다퉈 총기를 구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형 총격사건 이후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여론이 커질수록 총기 판매가 늘爭ご?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하얏트는 “사람들은 만약 내가 총을 갖고 있지 않다면 향후에 총을 구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때문에 가게가 더 북적인다”고 말했다.

총기생산업체들도 비극이 커질수록 번창하는 사업이란 오명을 듣고 싶지는 않지만 총격사건은 자신들의 통제범위 밖이라는 입장이다. 국가신속범죄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총기구입을 위한 신원조회 건수는 1560만건으로 최다 총기판매 기록을 세운 2013년 같은 기간보다 10만건이나 늘었다.

올들어 뉴욕 증시가 휘청거리면서 다우지수의 연간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총기생산업체는 예외다. 미국의 양대 총기생산업체인 스미스앤드웨슨과 루거의 주가는 올들어 각각 88%와 67% 급등했다. 총기판매의 증가는 총격 사건뿐만 아니라 대형 폭력사건 발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1992년 L.A 흑인폭동사건과 2005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즈를 덥친 후에도 이 지역 총기판매는 급증했다.

그렇다면 대형 총격 사건이 총기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꿨을까. 지난 7월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인 퓨 리서치 센터 연구에 따르면 샌디훅 사건 이후 사람들의 총기규제에 대한 인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미국인들의 50%는 총기 소유를 규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또 다른 47%는 개인이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답해 거의 절반씩 의견이 확연하게 갈리는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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