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정지은 기자 ]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바헤닝언UR. 농업에 미래를 건 연구원들이 토마토 재배 로봇, 최상급 화훼 육종을 위한 빅데이터 연구를 하고 있었다. 이곳은 유럽 최고 농업 연구개발(R&D) 교육기관이지만 흙과 작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최첨단 건물과 초대형 컴퓨터가 즐비하다.
국립 농업 연구기관인 DLO와 국립대학인 바헤닝언대가 통합해 1997년 설립됐다. 응용연구와 대학의 기초연구가 시너지를 내면서 이 지역에 모여든 기업만 1200여개에 이른다. 네덜란드는 1990년대부터 기업 출연 연구소와 대학, 정부 기관이 한데 모여 농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주도한 결과 현재 세계 원예 및 작물 종자·종묘 유통량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처럼 농업, 금융, 의료, 제조업 등 전통적인 산업에 ICT를 융합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ICT 융합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300조원을 넘어섰다. 2022년엔 122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헬스케어와 ICT를 접목한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올해 정보기술(IT) 헬스케어산업 활성화를 위한 예산을 2년 전에 비해 세 배 늘어난 38억달러로 확대했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현지에선 IT 헬스케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붐이 일고 있다.
선진국들은 ICT를 융합해 기존 산업의 저성장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14년 기준 세계 100대 핀테크(기술+금융) 기업에 한국 기업은 한 곳도 들어 있지 않다. 지난해 한국 헬스케어 시장은 약 3억4000만달러로 세계 시장 규모의 0.84%에 그쳤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이오산업, 녹색성장, 창조산업 등 주력 신성장산업이 계속 바뀌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바헤닝언=김보라/뉴욕=정지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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