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우 기자의 맞짱골프 특별편
[ 이관우 기자 ]
“그건 비밀이에요!”
골프 고수들에게 샷 비결을 알려 달라고 하면 ‘힘을 빼라’ ‘고개를 들지 마라’ 등의 기본을 주로 강조한다. 하지만 대개 거기까지다. “그것 말고 진짜 비법이 있지 않으냐?”고 한발 더 들어가면 대다수가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곤 한다. 샷 비법도 일종의 ‘지식재산’이라는 무언의 항변이다. 빼곡하게 코스 정보와 공략 계획을 적어 넣은 야디지북을 프로 선수들이 ‘비밀노트’처럼 애지중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마디로 공짜 점심은 없다는 얘기다.
지난 6월부터 한국경제신문이 격주로 연재하는 ‘맞짱골프’는 그런 점에서 골프 고수들이 꼭꼭 숨겨둔 비기(秘技)들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보물창고다. 1 대 1로 만나 18홀 라운딩을 하며 때론 부탁하고, 때론 졸라가며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요긴하게 익혀볼 만한 ‘맞짱비법’을 모아봤다.
최홍림-신통방통 만능 어프로치
평균 타수가 100타를 넘는 이른바 ‘100돌이’들이 90타대를 안정적으로 치기 위해 드라이버 슬라이스나 훅을 고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어프로치다. 아이언샷이나 하이브리드로 온그린할 확률이 20%에도 채 못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56도 샌드웨지를 사용해 어프로치를 시도하지만 8번, 9번 같은 쇼트 아이언을 활용하는 게 핵심. 방법은 크게 네 단계로 구분된다. 첫째, 헤드 힐을 살짝 들고 둘째, 공을 평소보다 약간 오른쪽에 둔 뒤 셋째, 헤드 페이스를 약간 닫은 상태에서 넷째, 쇼트 섬(short thumb) 그립을 잡고 스윙하면 된다.
쇼트 섬 그립은 왼손으로 그립을 잡을 때 엄지손가락을 바짝 잡아당겨 잡는 것을 말한다. 손목 사용이 억제돼 샤프트와 팔이 하나의 퍼터처럼 일직선으로 변하는 게 특징이다. 이렇게 되면 시계추처럼 진자운동이 편해져 토핑이나 뒤땅을 칠 확률은 줄어들고 공을 정확히 맞힐 확률이 높아진다. 쇼트아이언은 샌드웨지보다 로프트각이 낮아 작은 백스윙으로도 긴 거리를 보낼 수 있어 웨지로 큰 스윙을 하다가 생기는 미스샷 확률도 줄일 수 있다.
김헌-홀컵을 자주 흘깃거려라
아마추어 골퍼들이 퍼팅할 때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공에 대한 불필요한 집중이다. 10m가 넘는 중장거리 퍼팅을 하는데도 홀컵을 자주 보며 거리감을 익히기보다 공에 시선을 두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게 문제다. 이미 몸 안에 이런저런 스포츠 활동으로 내재된 거리감이 쌓여 있는데, 그 자산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크래치 골퍼(핸디 0)인 김헌 마음골프학교 교장은 “몸 안의 본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골프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퍼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100으로 칠 경우 빈 스트로크를 하며 홀컵을 흘깃거리는 데 90을 할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다수 프로의 퍼팅을 분석해 보면 퍼팅 스트로크 직전까지 홀컵을 계속해서 기웃거리는 빈도가 높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스트로크에 임박할수록 홀컵을 바라보는 횟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거리감을 눈으로 익혀 그립을 잡은 손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눈으로 얻은 직관적 정보에 따라 몸이 알아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믿는 데서부터 타수가 줄어든다. 한 손으로 홀컵을 보고 퍼트하는 연습이 효과적이다.
황지애-에이밍만 잘해도 타수 준다
프로는 전담 캐디를 두는 경우가 많다. 흙이나 잔디가 묻은 클럽을 닦는 일은 캐디 임무의 작은 부분이다. 캐디의 핵심 역할 중 하나가 에이밍(목표에 맞춰 몸을 정렬하는 것)을 돕는 일이다. 프로 역시 본인은 정확하게 에이밍을 했다고 생각해도 주변 환경의 간섭으로 착시를 일으켜 잘못된 어드레스를 하는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들도 ‘시어머니’를 하나 두는 게 유리하다. 골프 게임을 할 때 캐디나 동반자 한 명을 정해 에이밍이 맞았는지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2~3타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많은 골프 고수의 조언이다. 황지애 프로(22·볼빅)는 “처음엔 에이밍을 제대로 했다가도 손목을 푸는 왜글 동작을 하면서 다시 에이밍 방향이 틀어지는 때가 많다”고 했다. 쉽게 에이밍을 하는 방법이 있다. 공과 타깃을 연결한 라인과 오른발이 직각이 되도록 서는 것이다.
정춘섭-쓰러질 듯 기울여라
아마추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샷 방법이 프로들이 즐겨쓰는 다운블로다. 공을 클럽 헤드로 내려 찍어서 치는 샷인데, 대다수 아마추어는 땅에 클럽이 박히는 것을 무서워해 올려치는 어퍼블로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 어퍼블로에서는 뒤땅과 토핑이 많이 나온다는 게 정춘섭 칩샷올카바아카데미 원장의 조언이다. 다운블로에는 장점이 많다. 우선 헤드 무게를 쉽게 느낄 수 있고, 백스핀이 잘 걸려 공을 세우기도 쉬우며, 공을 가파르게 먼저 때리기 때문에 뒤땅과 토핑도 현저히 줄어든다. 다운블로 샷을 쉽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틸팅(tilting), 즉 몸을 최대한 왼쪽으로 기울이는 것이다. 정 원장은 “몸을 쓰러질 듯 최대한 왼쪽으로 기울여 다운스윙을 하면 중력과 왼발축의 도움을 받아 클럽 헤드가 쉽게 지면으로 떨어진다”며 “구질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져 미스샷이 날 확률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했다.
김민규-벙커샷은 1만원짜리 한 장을 떠내듯
14세에 국내 아마추어 골프 사상 최연소 국가대표가 된 김민규(신성중학교)는 또래 사이에서도 ‘벙달(벙커샷의 달인)’로 불린다. 벙커샷을 유난히 잘해서다. 그는 전지훈련에서 최경주 프로(45)에게 배운 벙커샷을 소개했다. “1만원짜리 한 장이 공 밑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1만원짜리만큼의 모래를 살짝 걷어낸다고 생각하면 쉬워진다”는 것. 그는 “딱 하루만 4시간 정도 벙커 ?연습에 할애하면 실력이 몇 배는 좋아진다”며 “벙커샷에 자신이 생긴 이후에는 그린 주변 러프에 공이 떨어지기보다 차라리 벙커에 공이 들어가는 걸 더 좋아한다”고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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