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들이 줄줄이 아웃도어 브랜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수년전 아웃도어 시장 호황에 관련시장에 진출했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업황이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2010년 아웃도어 사업을 시작한 금강제화와 휠라코리아가 운영하던 브랜드를 접었다. 같은 시기 아웃도어 업계에 뛰어든 패션그룹형지는 브랜드 정체성 재편에 나섰다.
금강제화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운영하던 노르웨이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한센'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2013년께 잠정 중단했던 브랜드를 되살리기 위해 지난해 홈쇼핑 진출 등을 시도했지만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금강제화는 자체 브랜드 '버팔로'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아웃도어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지난해 헬리한센이 약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라이선스 비용 등을 감안해 '버팔로'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5년간 사업을 운영한 후 추가로 5년 연장하는 방식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운영을 중단해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휠라코리아도 5년 만에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고 추가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휠라아웃도어의 영업손실을 30억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당분간 주력 브랜드인 '휠라'의 브랜드 재정비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패션그룹형지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와일드로즈', '노스케이프'의 상품군과 브랜드 성격을 개편했다. 80%에 달했던 등산 관련 제품 비중을 30~40%까지 낮추기로 했다. 대신 스포츠, 캐주얼 관련 상품 비중을 늘려 '기능성 일상복 및 스포츠 브랜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아웃도어 사업 실패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도 있다. 여성복 '예쎄', '아날도바시니'를 운영하는 패션기업 아마넥스는 2012년 '노티카 아웃도어'를 론칭했으나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아웃도어 사업 부진에 발목 잡힌 아마넥스는 결국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이랜드그룹은 영국 브랜드 버그하우스를 정리했고, LF가 운영하는 브랜드 라푸마는 수익성이 낮은 백화점 매장을 없앴다.
아웃도어 시장도 최근 몇년간 불황을 피하지 못해 고전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06년 1조원 규모에 불과했던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2010년께 다수의 패션기업들이 출사표를 냈다. 그러나 이제는 장기간의 아웃도어 유행 탓에 소비자들이 주력 상품인 '헤비다운'을 대부분 장만한 상태이고, 해외 고가 패딩 브랜드들의 진출로 경쟁자도 늘었다. 최근 몇년간 덜 추운 겨울까지 덮쳐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성이 예전같지 않다.
이에 상위권 아웃도어 업체들도 시장 정체 속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변모하기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캐주얼 라인 상품군을 늘렸고, 노스페이스의 경우 기능성 캐주얼복군인 '화이트라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아웃도어 관계자는 "상위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생존을 위해서는 '기능성을 갖춘 캐주얼복'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며 "시장의 보릿고개가 길어지면서 상품군을 조정하거나 접는 브랜드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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