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차분·당당한 답변
경영현안에 대한 내공 발휘
면세점 논란도 정공법 돌파
[ 강영연/유승호 기자 ] “다른 재벌 총수들은 신동빈 회장(사진)에게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왕자의 난’으로 이미지 손상의 위기를 겪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정감사를 거치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 ‘10대 그룹 총수 중 첫 증인 출석’이라는 수모를 신 회장에게 안겨준 야당 의원들의 호평도 잇따랐다. 걱정했던 어눌한 한국어 발음은 업무 내공, 겸손한 언행, 소탈한 웃음 등에 조용히 묻히고 말았다.
망신을 주려했던 국회의원들이 국감 후 ‘저질 질의’ 논란에 휩싸이며 후폭풍을 맞는 모습이다. ‘축구 한·일전 때 한국을 응원하느냐’는 한가한 질문을 한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은 비판이 커지자 “편안한 가운데서 토론하는 자리를 바라는 의미였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차제에 공인으로서 국민들의 시선을 생각해 보겠다”는 반성문도 내왔다. 신학용 새정치연합 의원도 ‘지역구 민원’과 관련한 질문을 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반면 신 회장은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내공을 발휘했다. 황각규 롯데 정책본부 사장이 옆자리 증인석에 나란히 앉아있었지만 호텔롯데 상장 시 신주발행 비율을 설명하는 등 실무적인 내용도 대부분 직접 답했다. 1997년 부회장이 되고서부터 실무를 챙기며 쌓아온 내공이 제대로 발휘됐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과감한 정보 공개도 주목받았다. 베일에 싸여있던 한·일 롯데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광윤사 지분율을 세세하게 설명하며 경영이 불투명하다는 세간의 인식을 희석시켰다.
신 회장의 대응은 ‘막강 화력’으로 평가받는 김기식 새정치연합 의원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김 의원이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지적하자 “이사회가 결정하면 저를 해임할 수도 있다. 우리 회사를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예봉을 피해갔다.
재벌 총수에 대한 사회 일각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소득도 얻었다는 평가다. 신 회장은 의원들의 질문에 “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등으로 답하며 시종일관 낮은 자세로 임했다.
고개만 숙인 건 아니었다.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정공법으로 맞섰다. 특히 롯데면세점 독과점·특혜 논란에서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쳤다. ‘20개 넘는 곳에 면세사업권을 줬는데 지금 10개 정도가 남았을 만큼 어려운 사업’이라며 특혜설을 일축했다. “지금 세계 3위인데, 몇년 후에는 1위가 될 수 있는 서비스업계의 삼성전자라 생각하고 투자한다”며 “도와주셨으면 한다”는 말로 분위기를 역전시켰다.
치밀한 전략도 돋보였다. 첫 질문에 답하면서 호텔롯데 상장 얘기를 꺼내고 “2~3주 전에 총괄회장에게 왜 상장해야 하는지 보고하고 승인받았다”는 대목이 특히 그랬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아버지를 거슬렀다는 시중의 부정적인 인식을 희석시켰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국감이 ‘망신주기’로 진행될 게 뻔해 출석하지 말자는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신 회장이 정면돌파를 밝혔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라며 안도했다.
강영연/유승호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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