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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사 값 뛰면 실크스카프 가격 당연히 오른다? 비용 올라도 수요 뒷받침 안되면 되레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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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28> 비용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미신

상품과 원자재 가격 모두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
'생산비용이 가격 결정' 생각은 마르크스 노동가치설의 변종
이익공유제·분양원가 공개 등 가격 규제 논거로 악용돼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우리 사회에서 정말 사라지지 않는 뿌리 깊은 오해가 있다. ‘비용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믿음이다. 다시 말하면 재화 생산에 들어간 비용 즉 생산요소 가격에 의해 재화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재화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궁극적인 요인은 소비자의 수요다. 소비자 수요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요소 가격이 재화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다. 재화 가격이 생산요소 가격을 결정한다.

비용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생각은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의 변종이다. 노동가치설은 상품 가격(가치)이 생산에 투입한 노동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으로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에 이어 카를 마르크스가 계승 발전시켰다. 노동가치설은 1870년대에 이르러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카를 멩거와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제본스의 ‘한계효용이론’에 의해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산에 투입한 비용이 재화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커피 원가는 얼마 되지도 않는데 스타벅스가 커피값을 너무 비싸게 받는다’ ‘기업들이 원가에 비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 ‘피서지에서 상인들의 바가지요금이 횡행한다’ 등과 같은 주장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심지어 제품 제조에 들어가는 생산요소 비용이 올랐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제조업자의 설명을 자주 듣곤 한다.

재화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고 답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 중에서도 실제로는 기업이 원가에다 이윤을 붙여 가격을 매긴다면서 경제학 이론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 비용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주장이 난무하는 이유가 기업들이 원가에 이윤을 붙여 가격을 책정하는 실제 행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이 원가에다 이윤을 붙여 가격을 책정하는 행위는 수요와 공급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렇게 보일 뿐이지 사실상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업이 가격을 책정할 때 무조건 이윤을 붙이는 것이 아니다. 수요가 얼마인지를 예측해 이윤을 붙인다. 이 예측에 따라 10%를 붙일 수도 있고, 20%를 붙일 수도 있다. 심지어 100% 300% 1000%도 붙일 수 있다. 기업?얼마의 이윤을 붙이든 이것은 기업 마음이다.

그러나 이것이 기업의 이윤으로 이어질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실크스카프 생산원가가 장당 10만원이 들었고 여기에 이윤을 100% 붙여 장당 20만원의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소비자가 이 실크스카프에 20만원을 지급하리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약 누구도 20만원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책정한 100%의 이윤을 얻지 못한다. 심지어 20만원에 팔리지 않고 땡처리돼 이 실크스카프 가격이 5만원일 때에야 소비자가 사고자 한다면 기업은 이윤을 보는 것이 아니라 5만원의 손해를 본다. 기업이 이윤을 정할 때 마음대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요를 고려하고 예측해 붙이는 것이다.

비용이 가격을 결정하는지를 보기 위해 원재료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해 원자재 가격이 올랐을 경우를 살펴보자. 예를 들어 다른 사항이 모두 일정하고 실크원사 가격이 올랐다 치자. 실크원사 가격이 오르면 실크스카프 생산업자는 실크원사를 덜 주문할 것이고 실크스카프 생산이 준다.

이것은 수요·공급곡선 분석에서 공급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과거 가격에서 실크스카프 초과 수요가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실크스카프를 사지 못해 실망하는 사람이 생긴다. 이들이 실크스카프를 얻기 위해 가격을 더 높게 부르고, 결국 더 높은 가격을 지급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로 인해 실크스카프 가격은 오른다. 비용이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수요가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제 생산요소 비용이 재화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화 가격이 어떻게 생산요소의 가치를 결정하는지 보자. 계속 실크스카프를 예로 들면 실크스카프를 생산하는 데는 실크원사가 필요하다. 완제품인 실크스카프 수요가 있기 때문에 실크원사 수요가 있다. 실크원사와 같이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생산요소 수요를 파생수요라고 한다. 즉 실크원사 수요는 독자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실크스카프 수요에서 유발한다.

실크스카프 수요가 증가하면 실크스카프 가격이 오르고, 실크스카프를 생산하는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 더 많은 이윤을 얻을 기회가 생겼으므로 실크스카프를 생산하는 기업은 더 많은 실크원사를 구매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실크원사 수요가 늘어나 실크원사 가격이 올라간다. 실크스카프 생산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에 실크스카프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실크스카프 수요가 증가해서 실크스카프 가격이 오르고 그 결과 생산요소인 실크원사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비용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믿음은 사라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이익공유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납품단가 조정’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가 이것을 가격 규제와 기업 이윤 규제의 논거로 삼기 때문이다.

■ ‘노동가치설’ 왜 틀렸나

광산 입구서 발견된 금괴, 지하 100m서 캐낸 금괴
시장에선 가격 똑같아

노동가치설의 근원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있다. 그러나 스미스는 노동가치설에 믿음과 회의를 번갈아 가졌다. 그는 재화의 가치를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구분하고, 교환가치의 척도는 노동이 되고 이 교환가치를 화폐로 나타낸 것이 가격이라고 했다. 가격은 임금 이윤 지대 등 세 요소의 합성으로 복잡하게 구성된다고도 했다. 이에 비해 데이비드 리카도는 상품의 가치는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한 노동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며 적극적인 노동가치설을 주장했다.

리카도의 노동가치설을 바탕으로 카를 마르크스는 잉여가치론을 발전시키며 착취이론을 주장했다. 노동이 가치의 유일한 창출자이기 때문에 노동자가 생산에 이바지한 만큼 보수를 받아야 하고 이 보수는 가격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주는 가격만큼 보수를 주지 않고 이윤으로 자기 몫을 챙기고 겨우 먹고살 정도의 임금만 주며 착취한다는 것이다. 당시엔 노동가치설에 기초한 마르크스의 주장에 따라 모든 가치는 노동에 의해서만 생산되므로 노동자가 그 몫을 차지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팽배했다.

당시의 고전학파 이론체계로는 이런 주장을 반박할 수 없었다. 이때 한계효용이론이 대두해 노동가치설의 모순을 지적했다. 가격은 총 가치가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해 추가로 하나 더 소비하는 것에 놓는 가치(한계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노동가치설이 오류임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같은 크기와 품질의 다이아몬드가 두 개 있다고 하자. 하나는 광산 입구에서 바로 발견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하로 한참을 파 들어가 캐낸 것이다. 전자는 발견하는 데 노력도 위험도 없어서 비용이 들지 않았고, 후자는 채굴하는 데 많은 노동력과 위험이 수반돼 큰 비용이 들었다. 이제 이 두 다이아몬드가 똑같이 경매에 나왔다고 하자. 노동가치설에 따르면 노동이 많이 들어간 후자의 가격이 전자보다 더 비싸야 한다. 그런데 크기와 품질이 같기 때문에 두 다이아몬드는 같은 가격에 팔린다. 재화의 가격은 투입된 노동량과 아무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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