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오늘 시작된다. 16개 상임위원회별로 708개 공공기관의 국정 전반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동안 마구잡이 채택으로 말썽을 빚은 증인·참고인은 피감기관 공무원 646명, 민간인 160명이 일단 확정됐다. 이 중에는 기업인이 65명이나 포함돼 있다. 지난해엔 100명을 훌쩍 넘겼으나 증인 채택 뒷거래 의혹이 제기돼 그나마 다소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피감기관별로 국감 1주일 전까지 증인 채택이 가능해 호출되는 기업인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전히 국정감사인지, 기업감사인지 헷갈린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국회는 할 일, 못 할 일, 해선 안 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TV카메라 앞에만 서면 고함치는 게 본분인 줄 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감도 기업인들을 불러다 망신주는 구태는 별로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호통치는 게 욕망이자 본능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 사람이 정치인이 될 것이다. 증인 채택 ‘암거래’를 막기 위한 국감 증인신청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여당 의원조차 롯데 오너를 불러다 꾸짖고 재발방지 다짐을 받겠다는 수준이다. 국회의원이란 위치가 언제부터 기업인들에게 반성문 받는 자리가 됐는지 의문이다.
이는 국회의 월권이요, 반(反)법치적 발상이다. 현대 국가에서 법치주의는 그런 게 아니다. 인적 지배가 아니라 법의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법치다. 롯데 사태든, 메르스 사태든 위법·위규 사실이 있으면 행정부가 조치하고 사법부가 시비를 가리면 그만이다. 그러기 위해 법이 있고 입법·사법·행정의 3권분립이 민주주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국회의 국감은 정부 행정에 잘못이 있으면 해당 기관을 감사해 개선토록 하기 위해서 여는 것이다. 민간 기업인들을 앉혀놓고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식으로 꾸짖는 자리가 아니다. 어떤 국회의원이 무슨 이유로 증인을 불렀는지 공개하는 증인신청 실명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어서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국회의원들에게 그 누가 법치라든가 3권분립이라는 단어의 뜻을 가르쳐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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